'자국 농업 보호' 폴란드·헝가리, 우크라 곡물 수입 중단

6월말까지 한시적 수입 금지…자국 농산품 업계 보호 위한 조처
폴란드 농업부 장관, 문제 제기하고 장관직 물러나기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폴란드와 헝가리가 자국 농업계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곡물 등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식량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오는 6월30일까지 약 두 달 간 우크라이나산 곡물·설탕·과일을 비롯한 주요 농식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처는 폴란드 시장으로 직행하는 우크라이나산 농식품뿐만 아니라, 제3국으로 운송하기 위해 폴란드를 경유하는 상품에도 적용된다.

폴란드 당국은 이번 조처에 대해 자국의 불안정한 농산품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측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비리가 의심될 경우 수사에서 폴란드에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슈트번 너지 헝가리 농업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폴란드와 유사한 한시적 수입 금지 조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식품 유입의 급증으로 시장 가격 폭락 사태로 이어지는 등 농업계의 피해가 확산하자 이 같은 조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농업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 곡물 수출길이 봉쇄되자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권을 통과하는 대체 육로 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농업계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적용, 각국에선 저가 농식품 급증으로 현지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나 EU 집행위가 대책 없이 면세 혜택 연장을 결정하면서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헨리크 코발치크 폴란드 농업부 장관은 지난 6일 EU 집행위에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을 내고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이번 폴란드와 헝가리의 수입 금지 조처에 EU 집행위는 두 회원국의 일방적인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역 정책은 EU의 배타적 권한으로 일방적인 조치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모든 결정을 EU와 협의하고 조정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농업부도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조처는 사태의 긍정적 해결에 속도를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rea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