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확보 전쟁에 다시 불 댕긴 中…긴장하는 美·日·유럽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리튬 확보 전쟁에 다시 불을 댕기는 양상이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등 각종 전자기기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에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1조달러(약 1천300조원) 이상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리튬을 '선점'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아프간 광물·석유부는 지난 13일 중국 기업 고친이 아프간 리튬 개발에 10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외면받는 탈레반 정권을 구슬려 아프간에 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2021년 8월 탈레반 정부 재집권 후 현지 진출을 서둘러왔다.
현재로선 아프간의 매장량을 추정할 수는 없으나, 이를 중국이 독차지하면 중국이 리튬 패권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지금은 중국이 호주와 칠레에 이은 3위의 리튬 생산국이지만, 멀지 않은 시기에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국의 간펑리튬, 쯔진광업, 궈쉬안 하이테크 등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의 리튬 광산에, 세계 최대규모의 리튬 생산기업인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는 볼리비아 소금호수(염호)에 합작 투자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3일 스위스 투자은행(IB) UBS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중국 안팎 광산에서 생산한 리튬 생산량이 2022년 19만4천t에서 2025년 70만5천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기준으로 중국이 공급하는 리튬 비중은 같은 기간 24%에서 32%로 늘 것으로 추정됐다.
주목할 대목은 리튬 가공 분야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7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가공 공급망을 쥔 중국은 각종 첨단 배터리 기반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해가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리튬 배터리가 장착된 신에너지차(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를 688만7천대 판매해 세계 시장 판매량의 60% 수준을 점유했을 정도로 앞서 나갔다.
이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리튬을 포함한 중요 광물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광산 개발 등에 1조엔(약 10조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지난 14일 보도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24일 유연한 북미 광물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걸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동력용 배터리와 첨단 반도체 재료로서 수요가 급증하는 리튬·코발트·니켈 등 중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의 첨단기술은 물론 중요 광물의 공급망에서도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18일부터 시행 예정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리튬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통한다. 색깔 때문에 '하얀 석유'로도 불린다. 리튬은 애초 유리와 세라믹 산업에 사용됐으나, 이차전지가 부각하면서 동력용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로 부상했다.
리튬배터리는 리튬의 이온이 음극에 저장·충전됐다가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원리로 작동하는데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과 혼합해 제조한다.
이미 수년 동안 스마트폰·자동차 배터리·반도체용 연마제·석유화학 촉매·레이저·전투기·미사일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되는 필수 소재인 희토류 패권을 휘두른 중국은 이젠 리튬 패권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조장한 과당 경쟁으로 중국 내에서 리튬 가격이 폭락하는 가운데서도 중국이 리튬 패권 추구에 나서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은 리튬 배터리의 주요 용처인 신에너지차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이 때문에 재고 누적으로 수개월째 리튬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리튬을 가공한 탄산리튬 가격이 지난 13일 현재 t당 19만9천 위안(약 3천840만원)으로 전월 대비 41%, 전년 대비 60% 각각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중국 밖에선 리튬 광산·호수 확보전에 나서는 한편 중국 내에선 리튬 채굴 '조절'이라는 두 갈래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월부터 자국 내 최대 리튬 생산지역인 장시성 이춘에서 불법 채굴 단속을 이유로 리튬 채굴·가공산업을 아예 중단시켰다.
일단 중국 내 생산을 줄임으로써 가격 조절을 하고, 아프간 등의 리튬을 확보해 가까운 시일 내에 패권을 쥐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kjih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