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마련·중간책 연달아 소환… 검찰, 민주당 전대 9400만원 돈 봉투 자금 흐름 추적

홍다영 기자 2023. 4. 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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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현금 9400만원을 마련한 전주(錢主)부터 전달책, 금품을 수수한 정치인까지 자금 흐름을 추적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현금 살포는 관계자들이 부인하면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물증 확보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돈 봉투 마련책 조사 시작으로… 檢, 줄소환 예고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전날 강래구(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와 강화평(전 대전 동구 구의원)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자금 출처와 전달 경위 등을 조사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 사무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한 지 나흘 만이다. 이들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돈 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위해 강래구씨가 8000만원, 조택상 전 인천부시장이 1000만원, 민주당 관계자 강모씨가 500만원을 마련해 최종적으로 9400만원을 국회의원, 캠프 지역 본부장, 지역 상황 실장 등 수십여 명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조성 경위와 공여자의 구체적인 역할 등을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래구씨는 지난 2021년 4월 지인을 통해 현금 3000만원을 마련,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를 통해 300만원씩 봉투 10개에 나눠 담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했다.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을 거쳐 민주당 의원 10여 명에게 봉투를 건넨 혐의를 받는다. 강래구씨는 지인을 통해 추가로 현금 3000만원을 마련한 뒤 같은 방식으로 박모씨, 이 전 부총장, 윤 의원을 거쳐 민주당 의원 10여 명에게 전달했다. 윤 의원이 당시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강래구씨는 지인으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마련, 강화평씨를 통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 이 전 부총장은 민주당 관계자 허모씨와 50만원씩 봉투 20개에 현금을 나눠 담고 지역 상황 실장 20여 명에게 건넸다. 강래구씨는 다시 지인을 통해 현금 1000만원을 조달했고 박모씨를 통해 이 전 부총장에게 건넸다. 이 전 부총장은 50만원짜리 봉투 20개를 지역 상황 실장 20여 명에게 전달했다.

조 전 부시장도 2021년 3월 지인으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마련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은 강화평씨와 50만원짜리 봉투 20개를 만들어 강래구씨에게 전달했고, 강래구씨는 캠프 지역 본부장 10여 명에게 900만원을 건넸다. 민주당 관계자 강모씨도 500만원을 마련했고 이 전 부총장과 허모씨가 현금 50만원짜리 봉투 10개를 만들어 지역 본부장 7명에게 건넸다는 게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이 지난 12일 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뉴스1

◇2008년 소환한 2021년 돈 봉투 사건 “물증 확보가 관건”

정당법은 당 대표 경선 등과 관련해 후보자·선거 운동 관계자·선거인·참관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행위를 지시·권유·요구·알선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번 사건은 현금으로 돈 봉투가 전달돼 계좌 추적이 어렵고, 사건 관계자들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수사 변수로 꼽힌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보통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금을 어떻게 조성해서 전달했는지 등 관계자 진술과 객관적 물증을 따라 차분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승덕 전 의원이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2021년 2월 검찰이 기소한 사건과 구조가 유사하다. 고 전 의원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성이 사무실에 돈 봉투를 두고 갔고 박희태라는 이름이 쓰인 명함이 들어 있어 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뒤 당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박 전 의장은 1~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돈 봉투 사건이) 대의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거 투명성을 침해했다”고 했었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 파일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피의자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빠른 시일 안에 (수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돈 봉투 의혹과 저는 관련이 없다”며 “사건 관계자 진술에 의존해 이뤄진 검찰의 기획 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부시장도 돈을 마련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송 전 대표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며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실 규명과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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