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 봉투' 당시 선관위원장 "금시초문… 자정 기능 못하면 내팽개쳐질 것"

남보라 2023. 4.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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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의원 "후보 간 실랑이 있었지만
돈 봉투 제보는 없었다"
이재명 대표 닷새 만에 사과
"당 해체 각오하지 않으면 총선 어려워"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4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21년 민주당 대표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뉴스1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선거 당시 '돈 봉투' 관련 제보가 전혀 없었다고 17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이번 사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돈 주고받았다면 '정권 국면전환용' 희석 안 돼"

이상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선관위를 이끌면서 잡음이 들렸던 것은 없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후보 사이에 여러 실랑이는 있었지만 그건 평상적인 문제이지 돈 봉투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며 “누구도 ‘돈 봉투가 살포됐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돈 봉투 관련 제보나 조사의뢰 등이 전혀 없었다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또 “돈 봉투를 주고받고 했다는 그런 의혹은 완전히 금시초문이었고 정말 기상천외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정말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돈 봉투 의혹이 사실이라 보느냐'는 질문에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 중 상당수 인물들이 아는 사람들이고, (녹취록에서) 그 육성이 그대로 나왔다면 그게 조작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1년 5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측이 현역 의원들 및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등에게 수십만~수백만 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지난 12일 제기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찰은 현금을 받은 현역 의원이 10명 이상, 지역본부장 등 당 관계자는 약 6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불법 자금 규모는 9,400만 원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왼쪽), 이성만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5월 전당대회 불법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을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이 의원은 ‘돈 봉투’가 당대표 당락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당시 1위였던 송영길 후보와 2위인 홍영표 의원의 표차가 0.59%포인트로 아슬아슬하게 송 후보가 승리했다.

이 의원은 “(돈 봉투 받은 사람이 최소) 10명 또는 그 넘어서까지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만약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했다면 전국적으로 뿌린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돈의 영향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건 둘째 문제이고, 선거 과정 중에 이런 돈 봉투 돈을 주고받고 했다면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훼손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국면전환용 수사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의원은 “돈 봉투 주고받고 한 사실관계만은 부인할 수 없다면 그런 의혹에 대해서 해명하고 고백하고 책임을 지는 게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될 일”이라며 “정권의 국면전환용이다’ 이런 걸로 희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나온 게 '빙산의 일각'일까봐 걱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시작 전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의혹이 불거진 지 5일 만의 사과다.

향후 여파에 대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이 자정기능을 제대로 작동 못 하고 검찰 수사에만 이끌려 다니면 결국 국민들로부터 내팽개쳐질 것"이라며 “온정주의에 젖거나 엉거주춤하거나 칼 날이 무디거나 이러면 그냥 주저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근택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 나와 “지금 전당대회 돈 봉투만이 아닐 수 있는 거 아니냐(를 걱정한다)”며 “왜냐하면 노웅래 의원 (뇌물수수 의혹)도 다 여기(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서 시작된 거다. 이분이 청와대, 당 관계자들과 다 두루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 나온 게 빙산의 일각 아닐까 싶은 걱정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송에 함께 출연한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당 해체 정도의 각오를 가지고 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 못 치를 것”이라며 “민주당이 그냥 대충 구멍에서 물 새니까 그 구멍 땜질하는 식으로 했다가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사건 여파에 대해 “민주당이 잘 대응하면 신구 물갈이할 수 있고, 잘못 대처하면 그냥 부패정당으로 가는 것”이라며 “(돈 봉투와 관련해) 이름이 나오면 공천을 안 주고 인적 혁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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