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윤리를 ‘코드화’할 수 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 2023. 4.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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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바둑 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화제가 됐을 때 유행했던 단어 중 하나는 '로봇 저널리즘'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하는 기술을 이르는 용어다.

현재 BBC가 개발 중인 자동화된 뉴스 기술 현황을 밝힌 보고서인데, 그중 한 부분은 자동 생성 뉴스에 BBC의 기사 작성 및 편집 원칙과 저널리즘 윤리를 '코드'로 구현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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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2021년 9월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 포럼에 등장한 ‘로봇 기자’.ⓒTASS0

6년 전 바둑 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화제가 됐을 때 유행했던 단어 중 하나는 ‘로봇 저널리즘’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하는 기술을 이르는 용어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던 시점이라, ‘알고리즘에 의한 자동 생성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사람이 작성한 기사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고임금인 기자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까지 받아서 언론사 경영진들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언급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자동 생성 기사를 앞장서 활용했던 AP는 2018년 3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알고리즘과 AI는 저널리즘적 감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것을 증강할 뿐”이라고 선언하며 100% 자동 생성 기사는 더 이상 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람이 정의하기도 실천하기도 어려운 저널리즘을 자동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임이 확인됐다.

언론사들은 저마다의 기사 작성 및 편집 원칙을 공표하고 있다. 그 원칙만 제대로 지켰다면 현재와 같은 언론에 대한 신뢰 저하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말 BBC 뉴스연구소에서 발표한 백서는 상당히 흥미롭다. 현재 BBC가 개발 중인 자동화된 뉴스 기술 현황을 밝힌 보고서인데, 그중 한 부분은 자동 생성 뉴스에 BBC의 기사 작성 및 편집 원칙과 저널리즘 윤리를 ‘코드’로 구현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선거 결과를 보도할 때 ‘압도적’ 표 차이를 기록했다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압도적’의 기준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백서에 따르면, BBC 뉴스연구소의 관련 팀은 2019년 영국 총선을 앞두고 BBC 정치연구소의 전문가들과 이러한 ‘압도적’ 등과 같은 용어 사용의 기준을 기계적으로 규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기자의 직감을 따르기보다는 명확한 규정을 통해 자의적 사용을 막으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작업은 실패했다고 한다.

‘인용’을 자동화하려 했던 BBC 뉴스연구소의 실험

백서에 등장하는 또 다른 사례는 발언을 인용하는 경우였다.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할 때 어느 부분을 인용할지 결정하는 일은 사실 굉장히 자의적이다. 어떻게 인용하느냐에 따라 취재원의 발언 취지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BBC 뉴스연구소는 인용을 자동화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기존 여러 원칙에 따라 인용했지만 결국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보도 원칙과 윤리 기준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문서나 말로는 설명이 충분히 가능한데, 이를 실제 적용할 수 있게끔 기계적 절차에 따라 규정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BBC의 백서 내용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먼저,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은 역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작업으로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그 고도의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하락했기에 이를 기계적으로 규정하려는 실험이 진행될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저널리즘 윤리가 기계로 구현되면 언론에 대한 신뢰가 다시 상승할까? 그쯤 되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언론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일 것 같다.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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