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불어넣은 ‘마네킹’ 이관희, 준비한 세리머니 할 수 있을까?

이재범 2023. 4.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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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창원/이재범 기자] “이관희 형이 오늘(16일) 세리머니 준비했냐고 물어봐서 아직 준비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자기는 준비했다고 하더라.”

안양 KGC인삼공사와 고양 캐롯, 창원 LG와 서울 SK의 4강 플레이오프가 열리고 있다. 관심이 쏠리는 건 KGC인삼공사와 캐롯의 맞대결이다. 김승기 캐롯 감독과 전성현이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옛 소속팀을 만났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LG와 SK의 맞대결은 기대하게 만드는 흥미요소가 떨어졌다.

이관희가 팬들의 시선을 끄는 한 마디를 내던졌다. SK와 맞대결에서 유독 두드러졌던 이관희는 “SK에 수비수가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한 명의 마네킹이다”라며 “SK에는 워낙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삼성 시절부터 SK와 경기에서는 잘 했다. SK와 경기에서는 자신이 있기에 내일(14일, 1차전) 재미있게 경기를 할 생각이다”고 했다.

이관희가 던진 마네킹이라는 불씨를 전희철 SK 감독이 제대로 불태웠다. 수비에 강점을 가진 최원혁과 최성원, 오재현을 마네킹 1,2,3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선전을 바란 것이다.

전희철 SK 감독은 16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나는 재미있다. 도발했다고 하는데 우리도 맞대응하고 그럼 재미있다. 최원혁이 시계 세리머니를 했는데 그걸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면 안 해야 한다”며 “악의를 가지고 도발을 날리고, 거기에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럼 선수들에게도 마네킹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거다. 재미있더라”고 유쾌하게 받아넘겼다.

다만, 최성원은 1차전에서 승리한 뒤 “벼르고 나오기보다는 상대 선수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경 쓰지 않는다.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이관희의 발언을 달가워하지 않은 뒤 “세리머니는 이관희 형이 도발했기에 따라 한 거다. 또 SK 팬들이 멀리서 오셨는데 빨리 가셔야 해서 했다”고 이관희처럼 시계 세리머니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성원의 발언을 전해들은 전희철 감독은 “최성원은 성격이다. 나 때문인가? 1번이라고 했어야 하는데 2번이라고 해서 그런가”라고 했다.

오재현은 “우리의 승부욕을 더욱 북돋아줬다. 좀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오히려 더 동기부여가 되었다. LG와 경기에서 수비가 안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발언과 기사를 보며 수비를 더 열심히 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했다. 선수라서 조금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그런 걸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오재현은 이관희의 수비에 대해서는 “우리와 (4강 플레이오프) 하기 전까지 이재도 형과 마레이 선수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그 쪽을 신경 쓰니까 이관희 형의 득점이 많이 나온 거 같은데 마레이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관희 형과) 1대1 수비에 집중하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마레이 선수가 없으면 도움수비를 안 가도 된다. 항상 도움수비를 가다가 득점을 허용했다. 우리가 잘 막을 자신 있다”고 했다.

최원혁은 자신들에게 날아온 화살을 김선형과 허일영에게 돌렸다. 이관희에게 많은 득점을 허용한 책임이 있는 두 고참 선수에게 마네킹이라고 한 것이다.

최원혁의 지목을 받은 김선형은 1차전에서 이관희와 종종 매치업을 이뤘다.

김선형은 “감독님께서 약속해준 수비가 있다. (1차전에서) 이관희와 이재도를 제어하려고 했고, 최원혁과 최성원이 잘 막아줬다”며 “나 역시 재도나 관희와 매치업이 될 때가 있는데 약속된 수비를 똑같이 했기에 누가 막아도 잘 막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김선형은 이관희의 마네킹 발언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줘서 더 좋았다.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NBA의 경우 더 심한 것도 많다”며 “이런 게 흥행요소이고, 코트 밖에서 설전이 재미라고 생각한다. 또 진심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다”고 했다.

전희철 감독에게 마네킹1로 지목된 최원혁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이 형 봐라 그랬다. 우리가 이관희 형을 막지 않고 이재도 형을 막는다. 관희 형을 잘 막지 않는데 관희 형이 그렇게 말을 해줘서 우리 열정이 달아올랐다”며 “(2차전을 앞두고) 미리 나와서 슛을 쏘다가 관희 형과 이야기를 했다. 관희 형도 내 세리머니에서 불쾌감이 없다고 했고, 나도 그 인터뷰가 불쾌하지 않다. 재미있자고 하는 거다. 관희 형이 오늘(16일) 세리머니 준비했냐고 물어봐서 아직 준비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자기는 준비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형, 내가 오늘 슛 못 쏘게 할 거라’고 했다”고 이관희와 나눈 이야기도 전했다.

최원혁은 1차전에서 3점슛을 성공한 뒤 고장 난 시계 세리머니를 했다.

최원혁은 “(세리머니를) 준비했었다. 그 기사를 보자마자 생각난 게 ‘LG와 경기에서 (이관희가 하는 세리머니의) 저 시계를 뺏어야 한다’는 거였다. 3점슛 하나를 넣으면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했는데 초반에 3점슛이 들어가서 내가 하고, 후반에는 성원이가 해서 그 세리머니가 완성되었다”며 “단순하게 시계가 고장 났다는 느낌으로 했다. 고장 난 시계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2차전을 앞두고 최성원이 중계방송사와 인터뷰를 할 때 SK 선수들은 그 화면에 잡히도록 최원혁과 오재현을 마네킹처럼 세워놓기도 했다.

최원혁에게 또 다른 마네킹이라고 지목 받은 허일영은 2차전에서 승리한 뒤 “나를 막기도 했던 이관희 선수가 우리 선수들을 마네킹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그랬기에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허일영은 이날 24점을 올렸다. 이관희의 수비가 마네킹과 같았다는 의미다.

수비를 잘 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관희가 도리어 마네킹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팀은 2연패를 당해 시즌을 이대로 끝낼 위기에 빠졌다.

이관희는 1차전에서 6점에 그쳤지만, 2차전에서는 19득점했다. 두 경기에서 3점슛 5개를 모두 실패해 세리머리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관희는 과연 준비한 세리머니를 하면서도 SK에게 반격하는 승리를 가져올까?

LG는 18일 오후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SK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갖는다.

#사진_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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