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의 살길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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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같이 기대가 높고 많은 투자가 들어간 야심찬 프로젝트를 '문샷(moonshot)'이라고 한다.
반면 '룬샷(loonshot)'은 주창자가 미친 사람 취급당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새로운 도전은 엄두도 못 내고 만날 하던 것밖에 할 줄 모르는 '프랜차이즈'가, 바뀐 세상을 주도할 수 있는 '룬샷' 보수의 싹을 죽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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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같이 기대가 높고 많은 투자가 들어간 야심찬 프로젝트를 ‘문샷(moonshot)’이라고 한다. 반면 ‘룬샷(loonshot)’은 주창자가 미친 사람 취급당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보급로를 차단해 영국의 식품 공급은 배급제로 전환되고, 민간의 석유 비축량은 3개월분밖에 남지 않은 1943년 5월, 연합군의 절체절명 상황을 역전시킨 것은 레이더 개발이었다. 연합군 함선과 수송선을 연이어 격침시키던 독일 잠수함 U보트가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바뀌며 전세가 역전되었다. MIT 총장직까지 사양하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을 설득해 과학연구개발국(OSRD)을 창설한 ‘버니바 부시’라는 인물이 레이더라는 장치를 완성하고 실전에 활용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레이더는 개발 초기에 미친 아이디어 취급을 받았다.
조직의 성공은 어떤 리스크든 제거하여 작전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는 ‘군인들’과, 리스크를 무제한으로 감수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조직 내에 공존하되,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적으로 지배하지 않는 ‘동적평형(dynamic equilibrium)’을 이루어야 가능하다. 조직에 군인만 있으면 미래를 바꿀 혁신의 씨앗이 뿌려질 수 없고, 예술가만 있으면 현실에서 실행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미친 아이디어들의 배아 단계 프로젝트를 보호하는 ‘룬샷 배양소’가 필요하고, 군인과 예술가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리더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군인들은 미친 아이디어를 싹부터 자르려 하고, 군인과 예술가는 서로를 향해 멍청하고 정신 나갔다고 생각하며, 군인 리더는 군인만, 예술가 리더는 예술가만 사랑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렌즈로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 오늘의 보수정당 내부를 투영해보았다. 스스로는 ‘개혁 보수’ ‘정통 보수’라고 자처하나, 상대는 ‘배신자’ ‘극우 꼴통’이라 비난한다. 새로운 도전은 엄두도 못 내고 만날 하던 것밖에 할 줄 모르는 ‘프랜차이즈’가, 바뀐 세상을 주도할 수 있는 ‘룬샷’ 보수의 싹을 죽였다고 본다. 어차피 둘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승리의 길은 1)당내에 ‘룬샷 배양소’를 만들어 새로운 사람들과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고 성장·성숙시키며, 2)룬샷(개혁 보수)과 프랜차이즈(정통 보수) 간의 팽팽한 긴장 상태, 즉 동적평형을 유지하며, 3)이들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를 실행할 수 있는 리더가 나서서 이끌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상징적으로 유승민과 홍준표를 동시에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는 리더가 당을 이끌어야 이길 수 있다. 아쉽게도 이러한 동적평형이 현실에서 쉽게 관찰되지는 않는다.
김세연 (전 국회의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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