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중국공산당 전당대회 시나리오, 시진핑 작품이었나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는 중국공산당의 전당대회다. 다른 나라 정당들의 전당대회와는 격이 다르다. 예컨대 한국 정당들의 전당대회는 자기 당의 권력 위계를 짜는 행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는 나라 전체의 권력구조가 결정된다. 지난 10월22일 종료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전대)가 그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당들은 각자 ‘우리가 옳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옳음’은 오로지 선거를 통해 승인된다. 시민들은 투표로 대통령이나 집권당을 선출하고 그들에게 일정 기간 통치를 위임할 뿐이다. 반면 중국에서 공산당은 선거와 상관없이 ‘옳은’ 것으로 전제된다. 문자 그대로, 선험적으로 ‘옳다’. 중국공산당의 사상적 기반은 마르크스·레닌주의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공산당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꿰뚫어 아는 일종의 ‘현자’ 집단으로 설정된다. 그들은 ‘인민들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당사자들보다 훨씬 더 잘 안다. 그러니까 공산당은 투표 따위를 거칠 필요 없이 나라를 영원히 이끌어갈 수 있다. 공산당은 ‘중국 국가’ 위에 군림하며, 공산당 당장(당헌)은 중국 헌법에 우선한다. 중국 헌법엔 ‘공산당 영도’가 명시되어 있다. 공산당 전대가 ‘중국 국가’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인 이유다.
5년 주기로 가을에 열리는 전대에서 공산당이 결정한 내부 서열과 노선은, 4~5개월 뒤(이듬해 3월)에 입법부(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추인된다. 이에 따라 ‘중국 국가’ 차원의 권력 기구인 행정부(국무원)가 구성된다. 전대에서 선출(?)된 최고 권력자들은 그 서열에 따라 국가기구에 배치된다.
14억명을 웃도는 중국 인구 중 공산당원은 6~7%인 9000만명 정도다. 그 가운데서 뽑힌 약 2300명의 ‘대표’가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인민대회당에 모여 공산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행사가 바로 전대다. 대표들은 우선 공산당 중앙위원회(200여 명의 중앙위원과 170여 명의 후보위원으로 구성)를 선출한다. 이렇게 구성된 중앙위원들은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제20차 전대에선 24명)을 뽑는다. 정치국 위원들은 다시 상무위원 7명을 선정한다. 이 상무위원은 엘리트 중 엘리트다. 상무위원들 가운데 서열 1위가 바로 중국공산당 당수, 즉 총서기를 맡게 된다.
전대에서 진행되는 이 ‘뽑고 뽑히는’ 과정은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된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다. 전대는, 이 시나리오에 따라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연극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가 ‘집체 창작’인지 ‘단독 저작’인지 여부다. 중국공산당은 일사불란해 보이지만 그 내부는 때론 싸우고 때론 타협하는 파벌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시진핑의 집권 이전엔 파벌들의 투쟁과 타협의 결과, 즉 집체 창작으로 정치국과 상무위 구성의 시나리오가 작성되었다. 이른바 집단지도체계다. 그러나 이번 제20차 전대는 ‘단독 저작’의 가능성이 크다. 작가는 물론 시진핑이다.

■ 총서기·군사위 주석·국가주석 시진핑
시진핑은 제20차 전대를 통해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군사위) 주석을 연임하게 되었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선 국가주석으로 선출될 것이다.
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군사위 주석은 중국에서 최고의 직위다. 총서기가 당직인 반면 국가주석은 ‘중국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다. 그래서 외형적으론 공산당원 이외 인민들의 의사도 반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이 선출된다. 200만 인민해방군을 지휘하는 군사위 주석은 공산당 전대에서 결정되는 당직이다. 인민해방군은 ‘중국 국가’의 군대이기에 앞서 ‘중국공산당의 군대’로 설정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를 대입한다면,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국군 통수권을 갖는 셈이다.
사실 중국 정치의 실세는 자고로 군사위 주석이다. 제2대 최고 권력자(제1대는 마오쩌둥)인 덩샤오핑은 총서기나 국가주석을 맡지 않았다. 그러나 군사위 주석을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밀고 나갔다. 덩샤오핑은 제3대인 장쩌민에게 군사위 주석을 허용한 뒤에도 ‘자기 사람들’을 군사위의 요직에 심어 견제했다. 장쩌민은 2002년에 총서기와 국가주석 자리를 제4대인 후진타오에게 넘겼지만 군사위 주석은 2004년까지 놓지 않았다. 마오쩌둥의 말처럼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제5대인 시진핑은 2012년 후진타오로부터 총서기와 국가주석은 물론 군사위 주석까지 깔끔하게 통째로 물려받았다. 이후 그는 ‘총구에서 나오는 권력’을 한층 강화했다. 인민해방군과 쌍벽을 이루는 무장집단인 인민무장경찰부대(무장경찰)를 2018년부터 군사위가 단독으로 지휘하게 만든 것이다. 무장경찰은, 치안을 맡는 ‘공안’과 별도인 준군사조직이다. 미사일 등을 제외한 최신식 무기를 갖춘 무장경찰은 무려 150만여 명에 이르는 규모다. 무장경찰은 한때 공산당 내 한 파벌(상하이방)의 사병으로 불렸다. 2012년 3월엔 수도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당시 총서기 지휘하의 인민해방군이 저우융캉 중앙정치법률위원회 서기 측의 무장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 ‘양회’는 공산당의 꼭두각시에 불과
내년 3월에 열릴 ‘양회(兩會)’는, 전대에서 결정된 공산당의 권력 서열을 중국 국가 차원에서 공식화하는 자리다. 양회는 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가리킨다. 공산당원을 포함한 전체 인민의 대표를 표방하는 전인대는 국가주석을 선출하고 국무원(행정부)을 구성한다. 정협은 공산당과 여러 다른 당파(사실은 공산당 영도하의 위성정당과 조직)들이 정치 현안을 협상(?)하는 일종의 국정 자문기구다. 전인대는 정협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양회는, 한 정당(공산당)의 결정을 ‘전체 인민’의 지지에 따른 국가 차원의 결정으로 ‘승화’시키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중국은 단지 ‘소수의 의지에 전체가 휘둘리는 집단’이 아니라 ‘국가’의 격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준수되어온 관례에 따르면, 양회(나아가 중국 국가)가 공산당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산당 전대에서 임명된 상무위원회의 서열 2위가 국무원 총리, 3위는 전인대 상무위원장, 4위가 정협 주석을 맡게 된다. 5위는 공산당 중앙서기처(중앙정치국 및 상무위의 사무를 처리) 제1서기, 6~7위는 국무원 상무부총리나 중앙기율검사위(중기위) 서기로 선임되기 마련이다. 중기위는 공산당원의 비리 및 부정부패를 감찰하는 기관이다. 이 자리를 장악하면, 당내 권력투쟁에서 상대 파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시진핑이 그렇게 해왔다.
이종태 선임기자 peeke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