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정말 동성애를 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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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의 종교 정치세력에 동조하는 이들은 예상보다 적다.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는 '신실한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 보면 좋을 책이다.
성서신학 박사인 저자는 성경에 정말 '동성애 금지 조항'이 적혀 있는지,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파고든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여기지만 동성애 문제에서만은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에게 이 정도 학구적 설득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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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지음
한티재 펴냄
전광훈 목사의 종교 정치세력에 동조하는 이들은 예상보다 적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개신교인은 예상보다 관념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동성애 반대가 대표적이다. ‘성경에 적혀 있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듯한 교회 내 인물을 이단으로 몰기도 한다.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는 ‘신실한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 보면 좋을 책이다. 성경을 바탕으로 사상을 정립한 이들에게는 “예수님은 사랑이다”라는 식의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성서신학 박사인 저자는 성경에 정말 ‘동성애 금지 조항’이 적혀 있는지,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파고든다. 동성애를 금하는 대표적 성경 구절은 레위기의 ‘성결법전’이다. 저자는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바와 달리 이 구절은 ‘삽입 성교’의 경우에만 해당하며 여성 동성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썼다. 학계에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이 구절이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썼다.
저자는 보수 교단에서 신봉하는 ‘축자영감설’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축자영감설은 성경의 일점일획이 하느님의 계시로 쓰여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인데, 이 입장을 채택하면 필자의 가치관이나 기록된 때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사실 성서를 가지고 무슨 소리든지 할 수 있게 된다”라고 저자는 썼다.
“동성애 금지는 무시간적이고 보편타당한 진리가 아니라, 성서 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바뀌어야 하는 편견”이라는 게 이 책의 논지다. 개신교인이 아니라면 이를 입증하는 데에 350쪽 이상의 논거들이 필요한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여기지만 동성애 문제에서만은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에게 이 정도 학구적 설득은 필요하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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