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 검사에 현금 환전 꼼수도…’불법’ 홀덤펍 여전히 성행

홍인석 기자 2023. 4. 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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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홀덤펍, 1등 상금으로 맥주 교환권 주고 현금화 유도
단골 손님 선별해 불법 게임판 안내하기도
부산 북구 한 불법 홀덤펍 영업장에서 사용된 칩.(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16일 오후 8시 30분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홀덤펍. 게임을 많이 해봤냐는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초보자는 게임에 참가하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쳤다.

홀덤펍 안에는 10명이 ‘텍사스 홀덤’을 즐기고 있었다. 실내를 둘러보고 나가려는 찰나, 홀덤펍 관계자가 게임 규칙을 설명해주겠다며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관련 규칙을 설명한 뒤 게임 참가비는 10만원이라고 안내해주며 직업과 직장 위치 등을 물었다.

고강도 단속에도 경찰 눈을 피해 ‘꼼수 영업’을 이어가는 홀덤펍이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법과 불법을 오가는 영업 방식 탓에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수사 당국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건전한 홀덤펍 문화 형성을 위해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홀덤스포츠협의회·대한홀덤경기협회 등에 따르면 홀덤펍은 전국 2000여개, 홀덤을 스포츠로 즐기는 국내인구는 30만명에 달한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약 1000여개였던 홀덤펍은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홀덤펍은 창업 비용이나 방법 등을 문의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맥주와 함께 카드게임을 즐기는 곳으로 여겨지는 추세지만 ‘꼼수 영업’으로 고수익을 내거는 곳도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홀덤펍은 통상적으로 1만~3만원에 맥주와 홀덤게임을 참가권을 제공하고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는 10만~30만원을 지불해야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칩을 주고, 게임 후 획득한 칩을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바꿔준다. 칩을 맥주 교환권으로 바꿔준 뒤 이를 다시 현금으로 정산해주기도 한다. 홀덤펍 매장마다 정산 방식이 다르다. 모두 현행법상 불법 도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다.

서울 한 홀덤펍 관계자는 “우리는 토너먼트가 아니라 ‘링게임’으로 진행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링게임은 일반적인 포커 게임 방식인데 현금이 직접 오가는 방식으로 통용된다. 이 관계자는 “링게임인 데다 컷팅(수수료) 없기 때문에 예약자가 많고, 매 타임마다 정산을 진행한다”며 “방수가 좋아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수가 좋다’는 홀덤펍 업계 은어로 같은 테이블 내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인터넷 등에 안내한 영업시간이 지난 뒤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토너먼트를 열어 상금을 몰아주는 방식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영업시간에는 합법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자주 오는 손님에게 현금을 거머쥘 수 있는 게임 판 존재를 알린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직업과 직장 위치 등도 물어본다. 손님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인을 거쳐야 한다. 검사나 경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 참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합법과 불법을 줄 타는 영업방식으로 단속도 쉽지 않다. 특정 매장의 운영 방식이나 위치, 도박이 진행되는 시간 등 첩보를 받지 않은 이상 현장을 급습하기 까다롭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 매장만 순찰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황상 현금이 오가더라도 게임 테이블 위에 현금이나 상품권이 없으면 입건하기도 쉽지 않다”며 “홀덤펍만 단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텍사스홀덤’ 게임이 어렵게 양지에 올라온 만큼 건전한 게임 문화를 지키기 위한 제도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텍사스홀덤은 ‘보드게임 끝판왕’으로 불리며 국제무대에서 스포츠로서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는 수백억원의 상금이 걸리는 대회도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홀덤펍 관계자는 “현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불법 홀덤펍을 감독하는 권한을 명시한 법안 등이 발의 된 상태인데 국회와 정부가 활발히 논의해 불법을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홀덤펍은 과거 PC방처럼 대중적인 놀이터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스포츠와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는 만큼, 이용자들도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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