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윤 대통령 지지도 5개월 만에 최저…국정방향 과감하게 전환해야

연합뉴스 2023. 4. 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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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리얼미터는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2주 연속 하락해 5개월 만에 30% 초반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하락해 5개월여 만에 2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급락세다. 리얼미터가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3.6%로 집계됐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27%였다. 긍정 평가가 리얼미터에서 30%대 초반, 한국갤럽에서 20%대를 기록한 것은 모두 약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부정 평가는 두 기관의 조사에서 각각 63.4%, 65%로 나타났다. 조사 기관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정부와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지지율 격차도 더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3.1%p 내린 33.9%, 민주당은 2.9%p 오른 48.8%였다. 앞서 다른 조사에서는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에서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36.9%,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49.9%로 나타났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지도 하락에 대한 역대 정부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과 역사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 지지율을 분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 설사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더라도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두 배에 이른 현 상황은 정부·여당이 자초한 것이다. 인사 난맥, 정책 혼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표출된 무리한 행태, 이런저런 외교적 논란 등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많다. 김 차장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정보국으로 그러한 미국의 능력과 역량을 우리가 함께 얻고 활동한다는 것은 큰 자산"이라는,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미중 갈등과 국제 정세의 블록화에 비춰 한미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까지 앞둔 만큼 양국 관계의 돌발 악재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주권 국가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후 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 고민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나라의 품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런 정도의 인식과 실력으로 국제사회의 험난한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가적 부담이다. 국정 동력이 떨어지면 개혁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가운데 연금과 교육 개혁은 사실상 손도 대지 못했고, 노동 개혁의 첫 단추인 근로시간제 개편 계획은 표류하고 있다. 집권 2년차까지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남은 임기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마침 올해는 큰 선거도 없는 해이다.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국정 방향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내달 10일 취임 1주년을 계기로 인적 쇄신부터 검토해주길 바란다. 불필요하게 국정에 부담을 주거나 대통령만 바라보는 인사들이 있다면 국민과 호흡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노력할 만한 인물들로 교체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정 운영의 태도이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여당을 보면 과연 그런 취지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야당도 마찬가지지만 열혈 지지층에만 구애하는 축소 지향적 정치로는 중도층의 마음을 잡을 수 없고,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 이해 부족 때문이라며 언론 탓, 가짜뉴스 탓을 한다고 하는데 국민을 얕잡아 보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참 저만치에 가 있다. 이런 방향 착오가 계속되면 위기를 극복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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