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대 손배소’ 3년 만에 첫 재판… 91세 국군포로의 호소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잡혔다가 탈북한 국군 포로와 유족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신속히 마무리해달라고 호소했다.

국군 포로 김성태(91)씨는 사단법인 물망초와 함께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정부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라며 “빨리 해결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리는 탈북 국군포로 5인의 북한 상대 손해배상 2차 소송 첫 재판을 앞두고 탈북 국군 포로 김성태 어르신이 발언하고 있다./뉴스1

이날 기자회견은 김씨 등 5명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마련됐다. 김씨 등 원고들은 한국전쟁 중 포로로 잡혀 북한에 끌려갔고, 1953년 9월부터 북한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약 33개월간 탄광에서 노역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 사회에 강제 편입됐다가 2000∼2001년 탈북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2020년 9월 소송이 제기된 후 약 31개월 만인 이날 변론기일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원고 5명 중 3명이 별세했다.

법원은 북한 정권과 김정은에게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어 소장을 공시 송달했고,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보낼 내용을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재판부는 내달 1일 오전에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7월 다른 국군포로 2명 역시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했다. 첫 소송 당시 재판부는 북한이 국군포로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국내 최초로 판시했다. 이번 건은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청구한 두 번째 소송이다. 다만 앞선 재판에서 승소한 원고들이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은 지난해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