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헝가리 우크라이나 농식품 수입 잠정 중단…EU “일방적 조치 용납 못해”
러시아 침공 후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농산품에 제공하고 있는 관세 면제 등의 혜택 때문에 경쟁력을 잃은 폴란드와 헝가리가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농식품 수입을 6월 말까지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16일(현지시간) EU 전문 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폴란드 집권당 법과정의당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대표는 지난 15일 당대회에서 우크라이나산 농식품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 기간은 오는 6월30일까지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설탕, 육류, 과일, 야채, 우유, 계란, 기타 식품 등의 수입이 전면 중단된다. 폴란드는 제3국으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이 자국을 경유하는 것도 불허할 방침이다.
헝가리 농업 장관도 같은날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경우 헝가리 농업이 입을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EU가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6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슬로바키아도 17일 같은 이유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을 일시 중단했으며, 불가리아 정부도 수입 금지 조치를 고려 중이다.
EU는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농식품의 판로가 막히자 우크라이나 농식품에 대한 관세 및 수입 쿼터 면제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에 따라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이 육로를 통해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등 중·동부 유럽 국가로 밀려들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해당 국가 농민들은 수입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이달 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국경에서는 이 지역 농민들이 트랙터 등을 동원해 도로와 국경 검문소를 차단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폴란드의 법과정의당의 경우 오는 11월 무렵 총선을 앞두고 있어 주요 지지 기반인 농민들의 불만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헨리크 코발치크 폴란드 농업부 장관은 지난 5일 “EU 집행위원회가 폴란드 농민들의 기본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게 매우 분명하다”며 장관직을 사퇴했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부는 폴란드와 헝가리의 결정에 대해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조처는 사태의 긍정적 해결에 속도를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EU 집행위는 두 회원국의 일방적인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16일 성명을 내고 “무역 정책은 EU의 배타적 권한으로 일방적인 조치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모든 결정을 EU와 협의하고 조정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폴란드, 헝가리는 일단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17일 우크라이나산 농식품의 폴란드 경유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와 헝가리도 곧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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