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고개 숙인 이재명…野 '돈봉투 의혹' 거리두기
野 "총선 대비 수습 여론"…이낙연도 지적
송영길 '조기 귀국' 미지수…"강제적으론 어려워"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터진 지 닷새 만에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의 사과와 함께 민주당 전체가 돈봉투 의혹과 일제히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법사위 현안질의 등을 내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야당의 '돈봉투 정국'을 풀 열쇠는 결국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친 것에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한다"며 '돈봉투 의혹'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지난 13일 "객관적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라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 대표는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며 "확인된 사실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초 예고한 자체조사도 없이 수사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에 대한 사실상의 '항복선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 대표의 결단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정치탄압' 프레임이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지난 14일 "짜깁기, 조작이라는 식으로 하면 더욱 코너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는 대장동 사건 등과는 달리 이번 돈봉투 의혹은 녹음파일 등 증거가 상대적으로 명료하다"며 "이 사안을 가지고 섣불리 정치탄압이라 대응했다간 역풍만 맞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의혹과 빠르게 거리를 두고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철저히 조사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히며 송 전 대표를 향해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원내대표 주자인 이원욱 의원 역시 이날 BBS라디오에서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송 전 대표의 귀국이 필요하다고 봤다. 원외인사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물론, 내일(18일) 미국으로 재출국하는 이낙연 전 대표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의원과 이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 다수는 이 대표와 돈봉투 의혹의 연관 가능성은 부인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돈봉투 의혹'을 빨리 정리·수습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강했다"며 "이 대표와 지도부가 이런 반응을 의식해 내린 결단이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를 내세워 돈봉투 의혹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송 전 대표에게 진 빚이 없다면 '돈봉투 쩐(錢)당대회' 관련자들에게 철저한 협조를 촉구해야 마땅하다"며 "엄중한 지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상범 여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 법사위 긴급 현안질의 개최를 요구하기로 했다"며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질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사에 '돈봉투 제보센터'를 설치해 양심 있는 민주당 내 인사들의 제보를 수집하겠다고도 전했다.
야당의 '돈봉투 스캔들'을 해소하려면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이 필수적이나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대표는 이날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송 전 대표 측은 아직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파리경영대학원(ESCP)의 방문 연구교수로 지내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올 7월 귀국 예정이다. 송 전 대표는 현재 돈봉투 의혹에 '이정근 전 총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자진 조사를 받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당이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라며 "우리로서는 송 전 대표의 결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을 목적으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윤관석·이성만 의원·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등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해 민주당 소속 의원, 지역본부장 등에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자택 등에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이 전 부총장의 통화녹음파일을 단서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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