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전 끌어쓴 700억 조기상환 가능성… 롯데관광개발, 자금난 우려
전환사채 투자한 해외 기관, 풋옵션 행사 가능성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관광개발이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자금난이라는 폭탄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롯데관광개발은 코로나 직전 해외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6000만달러, 우리돈 7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채권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풋옵션)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도에 호텔·카지노 등 복합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복합리조트 ‘제주 드림타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2019년 9월, 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7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해외 기관투자자 린든캐피탈과 LMR마스터펀드가 해당 물량을 인수했다. 발행 당시 사채 만기는 2023년 9월, 표면이자율은 연 5%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업황이 악화하자, 양측은 계약 조건을 변경해 채권 만기일을 2025년 9월로 미루는 대신 지난해부터 표면이자율을 연 15%로 대폭 끌어올렸다. 만기이자율 역시 기존 연 5%에서 연 10%로 높아졌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을 청구(풋옵션)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봐야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전환사채 전환가액은 주당 1만3850원인데, 현재 주가는 1만1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정부가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중국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중국 리오프닝 관련주가 크게 오를 때에도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1만5000원을 넘지 못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9년 CB를 발행할 당시 납입일(2019년 9월 20일)로부터 3년 후부터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조건 역시 지난해 납입일로부터 4년 후부터로 변경했다. 변경된 계약에 따라 오는 9월부터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실적 개선이 더뎌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롯데관광개발의 영업적자(연결 기준)는 1200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 적자가 지속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내국인의 투숙률이 급감한 반면, 기다리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해·난징·베이징발 한국행 노선이 재개되면 회사의 적자 폭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기대만큼 중국 관광객 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롯데관광개발에 대한 공매도 잔고가 상당한 규모에 달하는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차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롯데관광개발이다. 지난 14일 기준 발행주식 7376만주 중 1327만주, 즉 18%가 대차된 상태다. 주식 대차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 미리 주식을 빌려놓는 것을 말한다. 주식 대차의 목적이 공매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차잔고가 많다는 것은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부감사인인 우리회계법인 역시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계속기업 가정의 중요한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올해 11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담보대출(장기차입금)이 단기차입금으로 대체돼 지난해 말 단기차입금이 7000억원 규모 대폭 증가했고, 해외 전환사채의 만기를 연장하면서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 재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증권은 “해외 전환사채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정관상 전환사채 잔여 발행한도가 4600억원으로 남아 있어 조기상환을 청구하더라도 충분히 재투자(롤오버)를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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