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타율 3할 코치’가 전한 메시지는 ‘6점 베어스’
두산이 1-4로 끌려가던 7회초 2사 1·2루. 두산은 쉽게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흐름 속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타석의 양석환은 볼카운트 3-2로 LG 투수 김진성과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김진성은 패스트볼과 포크볼을 섞어 던지는 투수다. 결정구라면 아무래도 포크볼이다. 그러나 양석환은 이 대목에서 패스트볼이 날아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타이밍을 잡았다. 실제 김진성의 선택은 145㎞짜리 패스트볼. 양석환은 한복판 높은 쪽으로 향한 패스트볼에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돌렸고, 왼쪽 폴 안쪽 스탠드에 꽂히는 동점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패스트볼을 의식해서인지 오히려 살짝 타이밍이 빨랐다. 조금 더 타이밍이 빨랐다면 타구가 왼쪽 폴 바깥으로 휘어나갈 수도 있었다. 지난 16일 잠실 두산-LG전의 흐름을 바꾼 것은 양석환의 동점 3점홈런이었다. 양석환은 “뒤에 형들이 있어 나와 승부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3번 양석환 뒤를 받친 타자는 4번 김재환과 5번 양의지였다.
양석환이 김진성과의 승부에서 그런대로 선명한 노림수를 갖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전 시즌에 비해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양석환과 김진성 모두 양석환 다음 타순의 타자들을 계산에 넣었다.
올시즌 두산 타선의 점진적 강화를 기대케 장면이기도 하다. 두산이 시즌 첫 LG전에서 스윕패 위기에 몰려던 경기. 경기 전, 고토 고지 타격 코치는 전력분석을 하던 중 선수들에게 “우리 타선은 경기마다 6점은 낼 힘이 있다. 밝게 웃으면서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G전에서 고전하던 선수들의 상실감을 자부심으로 돌리려 한 장면이었다.
고토 코치가 올해 두산 타선을 바라보는 내부 평가이기도 했다. 고토 코치는 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캠프에서부터 두산 타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갈수록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메시지를 틈만 나면 선수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고토 코치는 KBO리그를 잘 아는 타격 전문가다. 두산 문화를 경험으로도 읽고 있는 코치이기도 하다. 2018년에는 두산 타격코치로 ‘팀타율 3할’의 전설을 이끈 이력이 있다. 그해 두산 타선은 팀타율 0.309 팀OPS 0.862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 타율이 0.286까지 치솟은 극단적 타고투저의 시즌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두산 타선의 파괴력은 압도적이었다.
경기당 평균 6점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최다득점 팀인 KIA와 SSG가 144경기를 치르며 각각 720점을 뽑았는데 경기당 평균으로는 5.00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예 현실감이 없는 얘기는 또 아니다. 고토 코치가 함께한 2018년 두산 타선은 144경기에서 무려 944점을 냈다. 경기당 평균으로는 6.55점이었다. 올해 두산은 개막 이후 13경기를 치른 현재, 경기당 평균 4.46점을 내고 있다.
두산은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가 당초 기대대로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두산 타선이 리그 최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여기에 부상병동에 있는 김인태, 김대한 등의 가세를 기다린다. 향후 플러스 요인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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