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위해 영혼을 팔았나'…박해수의 '악마'는 완벽했다 [연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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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파우스트'는 제목을 '메피스토'로 했어도 잘 어울렸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메피스토를 연기한 배우 박해수의 존재감이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박해수 외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이번 작품에서 파우스트에 의해 파멸하는 순박하고 아름다운 처녀 그레첸을 맡은 배우 원진아는 첫 연극 도전인데도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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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파우스트'는 제목을 '메피스토'로 했어도 잘 어울렸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메피스토를 연기한 배우 박해수의 존재감이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수리남' 등으로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하다 연극 무대에 복귀하기까지 걸린 5년 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다.
이 작품은 개막 전부터 배우 유인촌을 비롯해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등이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약 200년 전 쓴 희곡으로 만든 고전 연극이다. 인간 세계의 존경을 받는 현자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로부터 젊음과 쾌락 등을 받는 대가로 영혼을 거래하는 내용이다.
극의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박해수의 활약이 돋보인다. 교활하면서도 때로는 익살스럽거나, 때로는 카리스마 있는 악마 메피스토를 제대로 소화해낸다. 극중 파우스트나 그레첸 등 다른 인물과 달리 내적 갈등이나 성격 변화가 거의 없는 캐릭터인데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해수의 메피스토는 마치 지휘자처럼 약 2시간 30분에 달하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대극장 전체의 공기를 진두지휘했다. 200년 전 쓰여진 고전 특유의 문어체나 시적인 표현 등으로 이뤄진 대사에 현대적 생명력을 부여했다.
박해수 외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소위 '연기 구멍'이 없다. 연극계 '대부' 유인촌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작품에서 파우스트에 의해 파멸하는 순박하고 아름다운 처녀 그레첸을 맡은 배우 원진아는 첫 연극 도전인데도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파우스트에게 받은 묘약으로 어머니를 죽이고 혼전임신으로 낳은 아이를 죽인 죄로 심판받는 장면에선 1막에서 보여준 순수하고 청량한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했다.
감각적인 무대 연출도 고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한몫 했다. 마녀들에게 둘러싸인 지옥을 비롯한 초현실적인 공간을 대형 LED 스크린과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손에서 불이 나오거나, 책을 열면 연기가 피어오르는 연출 등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극 도중에 배우들이 백스테이지에 마련된 세트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송출하는 '시네마 시어터' 기술도 새롭다.
연극은 대극장 공연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감각적이고 현대적이지만 고전의 묵직함을 그대로 살린 '파우스트'를 대극장에서 관람하고 싶다면 이번이 기회다. 공연은 이달 29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LG 시그니처홀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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