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존 김민 “저 토종 한국인입니다..국적 의심 뿌듯”[단독 인터뷰①]
“존 억양, 2개의 필리핀 사투리 섞어...필리핀 브로들에 SOS”
‘국민 배우’ 최민식의 건재함을 재입증한 디즈니플러스 한국 시리즈 ‘카지노’가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가운데 레전드 최무식(최민식 분)은 끝까지 믿었던 양정팔(이동휘 분)의 배신으로 외로운 최후를 맞았고, 그와 얽히고 설킨 ‘브로’들도 피의 죽음을 맞았다. 방영 내내 다 방면에서 호불호가 나뉘었지만, ‘연기신들의 집합체’라는 수식어만은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누구 하나 모자람 없는 명품 연기의 향연이었다.
특히 ‘최무식의 깐부’이자 필리핀계 대부 빅보스의 행동대장 ‘존’을 연기한 김민은 험학한 인상, 살벌한 카리스마로 시선을 압도하는 한편, 의리갑 마성의 볼매 매력으로 사랑받았다.
무엇보다 ‘카지노 존’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카지노 존 한국인’이 뜰 정도로 그의 국적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국적인 외모와 리얼한 외국어 대사, 무서운 싱크로율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누아르 영화에 최적화된 마스크, 반전의 호감 에너지가 매혹적이다. 단언컨대 ‘카지노’가 발견한 가장 유니크한 보석, 김민을 만났다.
A.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웃음) ‘카지노’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무엇보다 ‘존’이 한국이었다는 것에 너무 놀라시고, 또 이를 자랑스러워 해주시는 반응을 보고 굉장히 뿌듯했어요. “사랑해요, 형”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많이 받았고요. 하나 하나 다 기억에 남습니다.
Q. 맞아요. 국적이 연관 검색어가 될 정도로 캐릭터 소화력이 엄청났어요. 준비 과정이 치열했을 것 같아요.
A.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존’의 경우는 특히나 ‘억양’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태어났고, ‘빅보스의 오른팔’이기 때문에 억양과 발음 움직임에 굉장히 신경썼죠.
필리핀 친구들이 한국어나 영어를 하는 걸 들어보면 특유의 독특한 억양이 있어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발음을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대로 따라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존은 굉장히 멋진 캐릭터고, 한국인인 제가 필리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사실성을 위해) 필리핀 영어 사투리를 너무 심하게 사용하면 글로벌 시청자에게 자칫 희극화돼 보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리핀 사람들에게도 예의를 갖추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고요. 모든 걸 충족시켜야 하다 보니 신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두 개의 필리핀 사투리를 섞었어요. 하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억양인 비사야 와존과 다니엘의 거점인 마닐라 쪽의 캄팡팡안 억양 그리고 역사적으로 스페인의 지배를 오래 받아왔기 때문에 스패니시 영향을 조금 준다는 느낌으로요. 한국에서 파트타임을 하며 알게 됐던 필리핀 친구들에게 출생 지역부터 물어보고, 존의 대사를 읽어보라고 부탁했고, 이들의 발음을 조합해 완성했어요. 지금의 ‘존’을 완성시킨건 한국에 있는 필리핀 친구들 덕분이죠. Maraming Salamat po.Mahal ko kayo(필리핀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A. 제가 2008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사 건축부서에 취직하겠다는 목표로 처음 외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가족 문제로 2015년 한국에 돌아왔을 땐 직업이 배우로 바뀌어 있었죠. 그러다 보니, 배우 활동은 외국에서 하고 한국에서는 시간이 자유로울 수 잇는 파트타임 일들로만 5개를 했어요.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캐스팅 되면 촬영을 가야 하니까요. 제 가족의 생활을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는데 정규직은 힘들죠. 근데 그때 하던 파트타임 일 중 하나가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일이었어요. 그 덕분에 외국인들의 발음을 다양하게 많이 들을 수 있었죠.
그러다 2019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외국에서의 배우 생활이 힘들어졌고, 한국에서 파트타임 일들을 하면서 천천히 배우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카지노’를 만나게 됐고요.(웃음)
Q.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카지노’와의 인연도 특별한 것 같고요. 강윤성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A. 강 감독님은 한 마디로 용감하고 멋진, 직감이 타고난 분이세요. 현장에서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으세요. 극의 모든 상황이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배우들을 120% 믿어주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본 뒤 대략적인 것만 확인하곤 그대로 촬영에 들어갑니다. 가끔 디렉션을 주실 때가 있는데 템포 조절도 기가 막히게 잡아주죠. (모든 캐릭터들과) 같은 순간,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단 느낌이 들죠.
솔직히 뭘 믿으시고 제게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신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카지노’ 기획 당시 제게 역할을 하나 주신다곤 얘기를 들었지만, 그게 존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주 예전에 독립영화 시사회 때 잠시 마주친 게 (감돈과의 인연이) 전부였는데..이유는 일부러 여쭙지 않았습니다. 이 감동을 그대로 유지하려고요. 하하!(인터뷰②에 계속)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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