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만큼 빨라”… NYT, ‘美 기밀유출’ 용의자 이렇게 찾았다
이지윤 기자 2023. 4. 17. 13:56
13일(현지 시간) 새벽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의 한 단독주택 앞에서 뉴욕타임스(NYT) 기자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때 차 한 대가 이 한적한 시골집 앞에 섰다. 동트기 전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다.
남성이 집에 들어갔다. 기자들도 현관문을 두드렸다. 남성의 아버지가 나와 말했다. “아이는 검사 아니고는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자들은 “알겠다”며 뉴욕의 NYT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 이 평범한 단독주택 위로는 헬기가 맴돌았다. 이 집에는 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건의 용의자 잭 테세이라(21)가 있었다.
회사에 돌아온 기자들은 용의자가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정보병인 21세 잭 테세이라’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정오였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 반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남성이 집에 들어갔다. 기자들도 현관문을 두드렸다. 남성의 아버지가 나와 말했다. “아이는 검사 아니고는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자들은 “알겠다”며 뉴욕의 NYT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 이 평범한 단독주택 위로는 헬기가 맴돌았다. 이 집에는 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건의 용의자 잭 테세이라(21)가 있었다.
회사에 돌아온 기자들은 용의자가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정보병인 21세 잭 테세이라’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정오였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 반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NYT 취재팀은 16일 테세이라 취재기를 공개했다. 단 일주일 만에 ‘인터넷 검색’으로 용의자를 찾아냈다고 설명해 영화 ‘서치’의 현실판이라고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아버지가 소셜미디어 검색으로 실종된 딸을 경찰의 도움 없이 찾아내는 이야기다. NYT의 테세이라 추적기의 세 가지 결정적 장면을 살펴봤다.
① 취재과정 트위터 생중계… “디스코드 봐라” 결정적 제보
NYT 특종은 프리랜서 기자인 에릭 톨러가 주도했다. 기밀유출 사실은 6일 NYT 보도로 알려졌는데 톨러도 이 보도를 보고 취재에 착수했다. 당시 NYT는 텔레그램에 기밀문건이 찍힌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톨러는 “끝없이 검색했고 그 과정을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렸다”고 했다. 그는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포챈(4chan)’에 텔레그램보다 먼저 기밀문건이 올라온 점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에 대해 댓글로 다투던 사람들이 “내 주장이 더 신빙성 있다”며 기밀문건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톨러는 포챈도 출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검색했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막다른 길이었다.
그때 트위터 메시지함으로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는 “이 문건을 ‘디스코드’에서 본 거 같고, 게임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이 모인 채팅방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디스코드는 게이머들이 널리 쓰며 인기를 얻은 메신저다. 전 세계 사용자가 1억4000만 명이 넘는 메신저로 주로 10대, 20대가 쓴다. 실제로 테세이라는 디스코드 채팅방에서 지난해 2월부터 기밀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 채팅방 회원 3명 인터뷰… FBI도 보도 보고 특정한듯
톨러는 디스코드로 옮겨가 기밀문건의 출처를 좇았다. 우선 해당 마인크래프트 채팅방 방장을 인터뷰했다. 방장은 본인이 17세라고 밝히며 겁먹은 듯 “나는 유출자가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다른 채팅방에서 가져온 사진”이라고 했다. 마인크래프트 채팅방 방장이 지목한 채팅방은 필리핀 유튜버 ‘와우마오’의 팬들이 모인 곳이었다.
와우마오 채팅방에는 문건 사진 107건이 올라왔다. 톨러는 와우마오 채팅방 회원 4명을 인터뷰했다. 대부분 10대였다. 채팅방 회원들은 “’루카’라는 닉네임을 쓰는 17세 남성이 채팅방에 문건 사진을 지난달 1, 2일 올렸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톨러는 와우마오 채팅방에 올라온 문건이 ‘서그 셰이커 센트럴’ 채팅방에서 왔다는 점을 알게 됐다. 회원이 20여명인 작은 채팅방이다. 톨러에게 메시지를 보내 “유출자는 루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서그 셰이커 센트럴 채팅방 회원도 나타났다.
톨러는 이 회원 등 서그 셰이커 센트럴 채팅방 회원을 3명 인터뷰해 9일 보도했다. 소속 취재팀인 ‘벨링켓’ 웹사이트에 기사를 공개했다. NYT의 6일 보도를 접한 뒤 사흘 만에 낸 성과다.
기사에 따르면 회원들은 유출자의 신상을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현재 알려진 100건의 유출 문서는 ‘빙산의 일각’이다”고 말했다.
③ ‘월 9달러’ 구독 서비스 활용해 용의자 테세이라로 좁혀
톨러는 NYT와 손잡고 추적을 이어갔다. FBI도 톨러가 9일 벨링켓에 게재한 기사를 보고 이르면 10일 용의자를 잭 테세이라로 특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FBI는 미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7일부터 수사 중이었다.
취재팀은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옮겨갔다. 채팅방 회원들이 테세이라와 함께 플레이한 게임들 이름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스팀은 여러 가지 게임을 할 수 있고, 커뮤니티 기능도 있는 게임 플랫폼이다.
취재팀은 스팀 회원 정보를 수집해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활용했다. 톨러는 “월 9달러를 내면 스팀 회원의 닉네임 변경 이력, 친구 추가 및 삭제 이력을 전부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활용해 테세이라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채팅방 회원들의 스팀 친구 목록을 대조하던 중 총기 웹사이트에서도 활동한 남성을 찾아냈다. 이 남성의 닉네임 변경 이력을 살펴보니 첫 닉네임에 ‘잭’과 테세이라(Teixeira)의 ‘테스(Tex)’가 들어가 있었다.
구글에 이 닉네임을 검색해 테세이라 아버지의 사진 소셜미디어 ‘플리커’ 계정을 찾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테세이라 어머니의 계정도 찾아냈고, 그들의 아들이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21세 정보병임을 알아냈다. 그렇게 유출 사건 용의자가 ‘잭 테세이라’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톨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들에게 기밀을 유출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이들은 테세이라보다 판단 능력이 나은 친구들을 둔 것”이라고 14일 NYT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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