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 논란 언제까지…40일 동안 달라진 게 없다
고용부 ‘의견수렴’ 노력에도 입장차 여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관련 입법예고 기간이 17일부로 종료된다. 정부는 당초 이 기간 동안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오는 이견을 잠재우진 못했다. 이에 일각에선 '원안 폐기' 전망도 나오지만, 일단 정부는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당분간 의견 수렴을 지속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입법예고 기간을 둔 것은 이날로 40일째다. 고용부는 지난달 6일 근로유연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하고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로드맵을 내세운 바 있다. 입법예고기간은 국민에 법안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이다.
고용부 '소통' 행보에도 노사는 '평행선'
입법예고기간 동안 고용부가 손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개편안을 보완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직후인 지난달 15일부터 소통 행보에 나섰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관계자,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갖는 등 평일 기준 이틀에 한 번꼴로 근로시간 관련 현장 의견수렴에 적극 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소통 행보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질적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계는 근무시간 유연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하는 반면, 노동계는 '공짜 야근'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양대 노총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고용부에 공식 제출했으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5월1일 노동자 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공식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해당 조사를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31일 "국민 6000명 대상 설문조사와 집단 심층면접 등을 조속히 실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예민한 사안인 만큼,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문항 설계에 신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관련 일종의 중재안으로 주 근로시간 60시간의 '상한캡'을 씌우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고용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개편안의 폐기나 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난달 6일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40일이 지난 현재까지 혼선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섣부른 입법예고 '후폭풍'…근로시간 개편안 혼란 '현재진행형'
개편안의 핵심은 주 단위인 연장근로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늘려 연장근로를 총량 관리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일이 많을 때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길게 쉬게 해 근로 유연성을 확대한다는 취지이지만, 이 경우 최대 근로시간이 주 69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 관련 논란은 기본적으로 '오해'라는 입장이다. 69시간 근로 계산법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의 본질이 아니며, 핵심은 노동시간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이미 69시간 노동에 맞춰진 상태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10명 중 6명이 "불규칙‧장시간 노동, 삶의 질 저하가 우려돼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혼선의 근본 원인으로는 정부의 '섣부른 입법예고'가 꼽힌다. 처음부터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논란의 개편안을 발표하는 바람에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개편안 발표 과정에서 대통령실에서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가 다시 "60시간 이상도 가능"이라는 등 메시지에 혼선을 주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도록 의견수렴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관련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입법예고 기간 종료 이후엔 규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고용부는 의견 수렴을 지속하기로 했다. 데드라인을 따로 정하진 않았다. 때문에 올 상반기 중 근로시간 개편 입법안을 내겠다는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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