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기(市旗) 졸속변경 철회” 부산 문화·시민단체 반발

권기정 기자 2023. 4. 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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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6일간 예고는 조례 위반” “시민 우롱하는 졸작” “부산 상징 깃발에 웬 영어”

부산시 “예외 조항에 해당” “내·외국인 쉽게 알아봐” “세계 유명도시 모두 영어 사용”

부산시가 시기(市旗)를 바꾸기 위해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문화·시민단체가 “졸속 변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화단체는 “예고기간이 엿새에 불과한 이유와 수준 이하의 작품을 채택한 과정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부산 브랜드 슬로건(표어)과 심벌마크(상징표지)를 바꾸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상상곱하기×’와 시민참여단 ‘상상더하기+’를 발족해 시민 선호도 등을 조사했다.

부산시는 지난 3월21일 ‘Busan is Good 부산이라 좋다’라는 새로운 슬로건과 부산의 영어 머리글자인 ‘BS’를 3차원(3D)으로 표현한 심벌마크(CI)를 공개했다. 이어 3월15일~4월4일 ‘부산시 상징물 조례 개정안’을, 3월29일~4월3일 ‘부산시 시기 조례 개정안’을 차례로 입법 예고했다.

부산디자인총연합회, 동남권디자인협회, 부산민예총, 부산작가회의, 부산참여연대 등은 17일 “부산시가 시기 변경을 위한 조례개정안의 입법 예고 기간을 3월29일~4월3일로 정해 휴일을 포함해 단 엿새 만에 절차를 진행했다”며 “부산의 상징을 바꾸는 사안인데도 시민공청회 등 의견수렴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현 부산시 심벌마크

이들은 입법예고기간을 6일간으로 한 것은 ‘부산 자치법규의 입법예고에 관한 조례’의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 후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시기 조례’ 개정은 ‘상징물 조례’ 개정 추진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상징물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기간(20일)을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여기에다 시기는 ‘상징물 조례’에서 규정한 상징물을 인용한 것이어서 ‘자치법규의 입법예고에 관한 조례’의 예외조항(입법예고기간단축)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문화·시민단체는 “더욱 큰 문제는 졸속 결과물로 내놓은 시기의 도안이 시민을 우롱할 정도의 졸작이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심벌마크가 추상적이어서 인식하기 힘들 뿐 아니라 왜 시기에 영어 약자를 넣어야 하는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등 국내 도시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도 시기에 비언어적 상징물을 형상화하고 있다”며 “한글을 사용해도 모자랄 판에 불분명한 영어 약어를 시기에 넣은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시가 새롭게 내놓은 부산시 심벌마크와 슬로건

이에 대해 부산시는 “내·외국인 모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으며, 도쿄 등 글로벌 도시는 심벌·슬로건을 영어로 표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향신문 확인 결과 도쿄는 심벌과 슬로건은 영어로 표현하고 있으나 도쿄 도기(都旗)는 영어 약자나 영어를 형상화하지 않았다.

한편 두 조례 개정안은 부산시의회 임시회 안건으로 상정돼 현재 심사 진행 중이다.

부산의 문화·시민단체는 18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시기 졸속변경 이유, 제작업체로 부산 외 업체를 선정한 과정, 전시전문업체가 선정된 이유, 졸작이 나온 이유 등을 밝힐 것과 시기 변경 재검토를 촉구하기로 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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