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히는 <사진의 별자리들>…사진가 채승우의 ‘사진 사유’[사진책]
제국의 지도 제작자들은 극도로 정밀하고 완벽한 지도를 만들고자 했다. 그들은 집과 나무, 돌 하나까지 지도에 그려 넣었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지도는 결국 제국의 전 영토를 정확히 덮어버렸다. 축척이 1인 지도인 것이다. 사진기자 출신 사진작가 채승우의 <사진의 별자리들(발터 벤야민에서 빌렘 플루서까지, 사진 담론의 작은 역사)> 서문에 소개한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의 이야기이다.
채승우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종종 내가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축적이 적당한 사진에 대한 지도 말이다. 이는 나무와 숲을 바라보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하다. 숲을 보려면 멀리 떨어져야 하고, 나무를 보려면 가까이 들어가야 한다. 축적이 적당한 지도란 숲을 보면서 동시에 나무를 보는 시선일 것이다. 독일 비평가 발터 벤야민의 글에서 해법을 찾는다. 벤야민은 1925년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전체와 부분의 문제를 별자리를 바라보는 일에 비교했다. 채승우는 “별자리는 각각의 별을 보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고, 별을 보기 위해선 별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전체와 개별이 역동적으로 등장하는 사진에 대한 지도라기보다는 ‘약도’를 제작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적었다.
‘사진의 별자리들’이라는 약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사진에 대해 사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꼭 읽어봐야 할 만한 책들에 대한 목록이다. 앞서 소개한 발터 벤야민을 비롯해 수전 손택, 롤랑 바르트, 존 버거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작가들도 있지만, 제프리 베첸, 빌렘 플루서, 존 탁 등의 저자들 역시 칠흑 같은 어둠을 밝혀주는 별자리에 대한 훌륭한 안내자들이다. 최초의 전쟁 사진에 대한 연출 의혹, 강원도 솔섬 사진의 표절 소동, 수백 년 소나무를 자른 사진가 등 사진을 둘러싼 사건들도 흥미롭다.
오는 4월28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플랫폼 P 다목적실에서 <사진의 별자리들> 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린다. 35명 선착순 무료다. 신청은 https://url.kr/k1bof7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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