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백 140만원 싸게 샀어요”…파리 원정쇼핑 유행이라는데
명품 본거지답게 라인업 다양해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유행하던 명품 보복소비 열풍이 해외여행으로 옮겨붙는 가운데, 이제는 해외에서 명품 쇼핑을 이어가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의 일부 백화점은 제품 종류가 국내보다 다양한 데다 일부 명품 브랜드에서 관세 면제까지 받을 수 있어 원정쇼핑 성지로 떠오른 분위기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7%, 7.8%, 9.1%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대 성장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이하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보복소비의 중심에 있던 3대 명품 ‘에루샤’가 한국에서 4조원 가까운 매출(에르메스 6501억원·루이비통 1조6923억원·샤넬 1조5900억원)을 올리긴 했으나 올해 실적도 비슷한 수준일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비행기를 타는 크게 이들이 늘었다. 수년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외항공권, 해외여행상품 판매가 계속 증가세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3월 발권된 국제선·국내선 항공권 판매액은 1613억원을 기록, 올 1월(1475억원)에 기록한 최고 판매치를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G마켓도 올 1분기 해외항공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50% 급증했고 해외여행 상품 매출도 1360% 뛰었다.
각 홈쇼핑사도 해외여행 상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일본, 동남아 등 근거리 여행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지만 올해부터는 유럽, 미주 등 원거리 여행까지 늘어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명품 본거지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 파리 여행을 다녀왔다는 20대 B씨는 “파리 쁘렝땅·라파예트 백화점에 가니 한국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입장하고 있었다. 샤넬,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등 인기 브랜드의 경우 대기줄이 유독 길다. 코로나19 유행 전 중국인들의 자리를 이제 한국인들이 채워주고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파리 백화점 명품 매장은 우리나라에서 ‘희귀템’으로 불려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가방, 지갑, 신발 등의 라인업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인기다.
또한 한국보다 가격대가 저렴하고, 특정 명품 브랜드는 FTA 서류를 받으면 관세까지 면제된다. 프랑스 관광청에서 5% 쿠폰을 주기도 한다.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많게는 100만원 넘게 아낄 수 있어 수요가 몰린다.
실제로 국내 명품 관련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는 “파리 명품쇼핑 FTA 서류 받는법”, “파리 샤넬이랑 디올도 관세 없나요”, “브랜드별 FTA 가능 국가와 매장 어디” 등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품 아웃렛 더몰에도 한국 쇼핑족이 몰린다. 지난달 유럽여행을 한 40대 C씨는 “이탈리아 더몰 아웃렛이 유명하다길래 들렀더니 프라다, 구찌, 미우미우 등을 한국인이 쓸어 담고 있었다”면서 “안 사면 손해라고 해서 지갑과 스카프를 홀린 듯이 집어 들었다. 돌아와서 한국과 가격 비교를 해보니 확실히 저렴했다”고 밝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백화점 오픈런과 가격 인상에 지친 소비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유럽은 그동안 억눌려온 장거리 여행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명품 구매의 성지로도 떠올라 당분간 여행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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