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잠룡 디샌티스 측, 트럼프 저격 첫 TV 광고 “민주당과 싸워라”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측이 서로 본격 견제에 나섰다.
디샌티스 주지사를 후원하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네버 백 다운’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저격하는 내용의 첫번째 TV 광고를 내보냈다. 30초 분량인 이 짧은 광고의 제목은 ‘민주당과 싸워라, 공화당 말고’. 첫 장면은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해 기소인부절차에 참여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광고가 시작되자마자 “트럼프는 뉴욕에서 민주당 검사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그는 공화당의 플로리자 주지사를 공격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는가”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이어 “트럼프는 바이든-펠로시 극본의 페이지를 훔치고, 사회보장에 대한 거짓말을 반복한다”고 말한다. 지난 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슈퍼팩 ‘마가’(MAGA)가 TV 광고에서 “디샌티스는 의료보험과 사회보장을 줄이고 은퇴연령을 높이며 노후보장에 손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광고는 이어 “나를 포함해 공화당원들은 사회보장제도를 함부로 건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 디샌티스 주지사의 발언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보장제도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을 나란히 배치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던 2013년 사회보장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결의안에 찬성했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공화당이 해당 조항 예산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폭스뉴스 채널에서 방영된 이 광고는 “트럼프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아니라 민주당과 싸워야 한다. 트럼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라고 끝맺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공격한 이 광고가 “디샌티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트럼프에 직접 맞설 것임을 보여준 분명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라는 ‘사법 리스크’, 정제되지 않은 발언 등 주류 공화당원들과 무당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여기는 요소들을 건드린 것이란 분석이다.
공화당 양강 구도를 형성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 간 신경전은 달아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를 ‘독실한 척하는 디샌티스’라는 조롱이 담긴 ‘디샌티모니어스’로 부르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다음달 플로리다 주의회 회기 이후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결정 이후 당내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면서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디샌티스에 큰 격차로 앞서는 상황이다. 선거예측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지난 12일 공화당원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평균 지지율은 49.3%로, 디샌티스 주지사(26.2%)를 약 두 배 정도 앞서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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