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외식 등 추가할인 사투…‘중년 핫딜족’ 뜬다
외식모임은 호텔급 뷔페 3만원 이하에
자녀 학원비 ‘강남인강’ 등 한푼 절약 나서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 주부(48)는 요즘 알뜰 살림 정보를 챙기느라 바쁘다. 연초부터 물가가 치솟아 장보기가 겁나는 만큼 대형마트에서 고기와 채소류 등을 살 때면 주말 30~40% 할인에 ‘추가 할인’을 받기 위해 모바일 상품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영화관에 커피 전문점까지 유명 브랜드 상품권을 10%까지 할인하는 이벤트가 종종 열린다”면서 “모바일 할인권으로 결제하면 한 달에 생활비를 최소 10만~20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중년 핫딜족’이 뜨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20대 젊은이들이 특정 시간에 대폭 할인 판매하는 ‘핫딜’ 정보를 찾아서 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는 트렌드가 40~50대에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초저가에 1+1, 2+1은 기본이고 추가에 추·추가 할인을 챙기기 위해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능을 탑재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를 비롯해 편의점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와 영화관 CGV·메가박스 등까지 모바일을 통해 브랜드 상품권 할인행사를 수시로 열고 있다. 통상 할인율은 2~10%로 구매 가격은 1인당 1만~10만원권까지 다양하다. 경기 분당에 사는 강모 주부(45)는 “알림 설정을 해도 바로 구입하지 않으면 모두 소진돼 기회를 놓치기가 십상”이라며 “대형마트는 30~40% 할인에 1+1, 2+1 장보기 행사를 자주 찾는데 계산대에서 모바일 추가 10% 할인권을 건네는 알뜰 살림꾼들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어와 수학, 영어 등 과목당 수업료가 10%가량씩 인상되자 자녀들의 인터넷 강의를 직접 찾아나서는 중년층 학부모도 눈에 띈다. 특히 ‘강남구청 인터넷강의’의 경우 서울 대치동 학원 수업을 인강으로 듣자는 취지에서 2004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오픈했지만 전국 학부모 요청에 전격 공개해 각광받고 있다.
서울 옥수동에 사는 정모씨(50)는 “밥상 물가가 너무 올라 당장 중·고생 아이들의 학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신 연회비 5만원에 ‘강남 인강’에서 천일문, 자이스토리, 완자 등 ‘1타 강사’ 과목을 듣고 있는데 아이들이 만족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중등부 800개, 고등부 560개 등 총 1360개 강좌가 열리는데 회원 수가 2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물가 시대 전국적인 인기에 힘입어 조만간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엔데믹이 가까워지자 모임이 늘면서 가성비 좋은 외식장소를 찾는 중년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한모씨(46)는 얼마 전 가족 모임 장소로 신라스테이를 예약했다. 대게와 갈비, 스시와 육회에 스파게티, 피자 등 최고급 호텔 음식이 부럽지 않지만 가격은 1인당 3만원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
한씨는 “특급호텔 뷔페는 1인당 13만원이 넘는데 인터넷 추가 할인혜택을 받으면 2만원대에 고급 호텔음식을 즐길 수 있다”며 “학부모 모임 장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어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대기를 해도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주중 혹은 주말 저녁 신라스테이 뷔페의 무제한 생맥주 제공도 인기다. 서울 삼성동에 근무하는 이모 부장(45)은 “금요일 저녁 직원들과 근사한 호텔 안주에 무제한 생맥주를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더치페이를 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 ‘가성비’에 ‘가심비’까지 잡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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