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차이나] 코로나 후 첫 ‘직관’에 中 축구팬들 환호…승부 조작 스캔들엔 야유
15일 오후 7시 중국 베이징 싼리툰 지역의 베이징공인체육장(Workers’ Stadium). 베이징 남자 프로축구팀 베이징 궈안(Beijing Guoan FC)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5만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코로나 사태 내내 문이 닫혔던 베이징 궈안 홈 구장은 2년 넘게 대대적 리노베이션을 거쳐 이날 4년 만에 팬들을 다시 맞았다. 중국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중국수퍼리그(CSL) 2023 시즌 개막전 시작 수 시간 전부터 관중이 몰리면서 경기장 일대가 교통 혼잡을 빚었다. 경기장 주변 거리와 도로는 초록 물결을 이뤘다. 마스크가 사라진 팬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난 후 처음 맞는 시즌의 개막전은 베이징 궈안과 메이저우 커자(Meizhou Hakka)의 경기로 치러졌다. CSL이 다시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첫 경기다. 코로나 기간 대부분 경기는 방역 정책 때문에 소수의 도시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베이징 팬들은 경기 정상화와 직관(직접 관람) 재개에 환호성을 질렀다. 앞서 13일 일반석 입장권은 판매 시작 5분 만에 매진됐다. 베이징 궈안의 연간 시즌권도 15분 만에 1만 개 넘게 팔렸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개막식 시작 직전까지 스타디움 앞에서 표를 구하려 애썼다.
이날 후반전에 출전한 베이징 궈안 소속 강상우 선수는 “홈구장에 모인 수많은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처음으로 홈 경기를 뛰게 돼 감격스러웠다”며 “중국 팬들이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느꼈다”고 했다. 한국 국가대표팀 출신인 강상우 선수는 지난해 베이징 궈안에 입단해 측면 공수로 활약했다. 지난해 4골 7도움을 기록했다. 올해는 등번호 7번을 달고 뛴다.
이날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종료 후 베이징 궈안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할 때 관중석에 있던 팬 한 명이 난입해 선수들과 셀카를 찍다가 공안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기장 안팎엔 경찰과 보안 인원 수천명이 배치됐다.
축구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달리, 요즘 중국 프로축구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2009년 승부 조작 파문 이후 13년 만에 또 다시 비리 스캔들이 강타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지난해 중국 골든글로브 수상자 장위닝(베이징 궈안)의 선수 선서에 이어 심판 선서가 진행되던 순간, 경기장엔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을 믿지 못하겠다는 팬들의 불신임 표시다. 새 시즌 개막 선언은 가오훙보 중국축구협회(CFA) 부주석(부회장)이 맡았다. 천쉬위안 중국축구협회 주석(회장)이 올해 2월 부패 혐의로 체포됐기 때문이다.
수면 위로 또 다시 떠오른 중국 축구계 부정부패 사태엔 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해 정부 고위 관료, 국가대표팀 감독, 프로축구 각 구단, 기업 산하 유소년팀까지 줄줄이 얽혀 있다. 승부 조작과 도박, 뇌물 수수가 사건의 핵심이다. 지난해 8월 치러진 광둥성 유소년(U15) 남자 축구대회 결승전이 부패 조사의 발단이 됐다. 3대 1로 앞서가던 칭위안팀의 일부 선수가 후반전에 눈에 띄게 둔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칭위안팀은 상대팀인 광저우팀에 13분간 4골을 내주며 5대 3으로 패배했다. 소셜미디어에 경기 영상이 퍼지면서 승부 조작 의혹이 일었다. 당시 승리한 광저우팀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기업이었던 헝다(에버그란데) 소속이었다. 축구협회 조사에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중국축구협회는 광저우축구협회의 회원 자격을 2년간 박탈하고, 승부 조작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문책했다. 그러나 이후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 중국축구협회 자체가 비리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던 도중 중국 남자 국가대표팀 리톄 전 감독이 체포됐다는 소식은 더 큰 충격을 던졌다.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리톄 전 감독이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패 혐의가 있다는 뜻이다. 리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중국 국가대표팀 미드필더로 뛴 스타 선수로, 2020년 1월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중국 국가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2021년 12월 감독직을 사임했다. 리톄는 2019년 후베이성 우한 프로축구팀 감독 재직 당시 승부 조작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올해 1월 류이 중국축구협회 사무총장과 천융량 사무차장도 중앙기율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올해 2월엔 천쉬위안 중국축구협회 주석까지 연행됐다. 천쉬위안은 2019년 8월부터 축구협회 수장을 맡았다. 지난달엔 중국축구협회의 왕샤오핑 기율위원회 서기와 황쑹 경쟁부장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4개월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중국축구협회 고위 관료 6명이 잡혀간 것이다. 중국 차이신 보도에 따르면, 산둥 타이산 소속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를 포함해 비리에 연루된 선수 여러 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산둥 타이산은 한국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가 몸담고 있는 팀이다.
이달 1일엔 중국 국가 스포츠 기구 최고위 관료 두자오차이까지 파면됐다. 두자오차이는 중국 국무원(행정부) 산하 국가체육총국 부국장 겸 중국축구협회 당 서기를 맡고 있었다. 중공 중앙기율검사위와 국가감찰위원회는 이달 1일 두자오차이에 대한 조사를 발표했고, 이어 13일 국무원은 두자오차이의 국가체육총국 부국장 직무 면직을 발표했다. 두자오차이는 중국의 축구계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에 걸려든 정부 최고위 인사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두자오차이는 2019년부터 올 초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올해 2월 선거에서 연임엔 실패했다.
CSL은 올해로 20번째 시즌을 맞았다. 여러 구단이 자금난에 빠져 임금을 체불하고 일부 구단은 아예 해체하면서, 올해 리그 참가 구단은 16개 팀으로 줄었다. 뒤숭숭한 분위기에 스폰서도 떨어져 나갔다. 2022 시즌 공식 후원사는 6곳이었으나, 2023 시즌 후원사는 중국핑안(보험), 쉐브론(윤활유), 이바오(생수) 세 곳뿐이다.
후원사가 내는 돈은 리그의 가장 중요한 수입 중 하나다. 2022 시즌엔 리그 가처분 소득이 1억5000만 위안으로, 각 구단이 참가비로 평균 800만 위안(약 15억 원)을 가져갔다. 한때 구단 배당이 6000만 위안을 넘어설 정도로 호황이었던 시절도 있었으나, 2022 시즌 구단별 소득은 90% 가까이 줄었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홈앤드어웨이 제도 부활로 각 구단이 입장권 판매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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