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주기…설 자리 잃어가는 추모 공간
[EBS 뉴스12]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9년이 됐습니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마음은 여전한데요.
하지만,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설 자리가 줄고 있습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가 있던 안산 화랑유원지가 다시 한번 노란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참사로 자식과 형제자매를 떠나보내고 벌써 아홉 번째 맞는 봄이지만 희생자 가족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영수 / 단원고 故 이영만 군 형
"시간이 약이라고 들었는데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주 틀린 말 같다. 시간이 갈수록 잊혀가는 것 같아 무섭다.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다."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마음은 올해 유독 더 무거웠습니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참사가 또다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형진 / 경기 안산시
"10·29 참사 이후로 우리가 아직도 많이 시스템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고 이번 세월호 이런 기억 행사를 통해서 그리고 작년에 슬픈 참사를 통해서 우리가 더 시스템을 많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수 차례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기억하고 추모할 공간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은 강제 철거될 위기에 놓였고, 내년까지 안산 화랑호수 옆에 조성하기로 했던 추모공원은 예산 편성 문제로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억식을 찾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추모공간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언제 공사를 시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염태영 경제부지사 / 경기도
“4·16 생명안전공원이 차질 없이 준공될 수 있도록 보강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겠습니다. 미국 뉴욕의 911 메모리얼 파크처럼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찾아와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공감과 연대의 정신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이날 기억식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지 않았는데, 교육부 장관이 기억식에 불참한 건 6년 만입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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