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음주 가해자 신상공개 추진…실효성 있나

[EBS 뉴스12]

9살 배승아 양을 숨지게 한 음주운전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면, 신상을 공개하자는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경각심을 줄 필요야 있겠습니다만, 실제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얼마나 높을지, 박광주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대낮부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걸어가다, 차에 탑니다.

만취한 운전자가 끌던 차는 학교 인근 인도를 향해 돌진했고, 초등학생 4명을 덮쳤습니다.

지난 8일 발생한 이 사고로 9살 초등학생 배승아 양이 숨지고 다른 3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송승준 / 故 배승아 양 친오빠

"하나뿐인 소중한 동생이자 어머니 삶의 활력이 되어준 작고 소중한 딸입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데 이를 막을 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힘을 모아서 단 한 건의 음주운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강남 지역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 이동원 군이 숨진 뒤, 4개월 만에 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3년 전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엄하게 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적용됐지만, 어린이 보호구역 내 음주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국회는 음주운전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신상을 공개하도록 법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하태경 국회의원 / 국민의힘

"현행법에서 신상공개는 살인, 성폭력 등 아주 강력범죄에 대해서만 신상공개 대상으로 되어 있고, 음주치사 같은 경우는 신상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음주치사죄를 살인에 준하는 중대범죄로 다룬다는 새로운 (의미가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게하거나, 10년 사이 2번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되는 경우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같은 당 윤창현 의원은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음주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를 내면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법안이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실효성 문제를 지적합니다.

결국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펜스와 같은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경일 / 변호사 (교통사고 전문)

"안전 시설물 설치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로교통법에 두고 있습니다. 위반했을 때 어떤 제재 규정이 있느냐 아직 그런 부분까지 마련돼 있지는 않거든요. 사고가 일어났을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아니면 공무원을 형사처벌까지 하는 식으로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적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같은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