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팔아 합의할게요"…지하철 '그라피티' 미국인 실형 구형

20대 미국 국적 남성이 인천 지하철 차량기지에 잠입해 전동차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라피티(graffiti)를 그린 모습. /사진=뉴시스(인천교통공사 제공)

보안시설인 전국 9곳의 지하철 차량기지에 몰래 들어가 스프레이 페인트로 전동차에 '그라피티'(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를 그리고 달아난 20대 미국 국적 남성이 실형을 구형받았다.

17일 뉴스1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2단독(부장판사 곽경평)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미국 국적 A씨(27)에게 검찰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 금액이 4320만원에 달하는데도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며 "외국인으로 현지 법을 준수해야 함에도 경시했다"고 했다.

이어 "범행 시각을 보면 스스로 불법 행태를 저지르고 있음을 명백히 인식했고 그 범행으로 다수의 시민에 불편을 초래하는 등 피해가 적지 않다"며 "범행 이후 도주한 행태도 좋지 않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철도공사에 재산상 피해를 주고 공공질서를 위험에 빠뜨린 A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추후 작품을 판매하는 등 재원을 마련해 합의하지 못한 피해회사 2곳과 합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허가 없이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그리는 것에 대해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며 "앞으로 페인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A씨의 선고공판은 5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9월 공범인 이탈리아 국적 B씨(28)와 서울·인천·대전·부산 등 전국 지하철 차량기지 9곳에 잠입해 스프레이 페인트로 전동차 외부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차량기지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A씨와 B씨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12일 루마니아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혀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B씨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월20일 오전 지하철 차량기지에 잠입해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도주한 혐의로 국내로 강제송환된 외국인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