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석의 성장 시계는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수원 KT는 리그에서 미래가 가장 밝은 팀 중 하나다. 올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는 했지만 간판스타 허훈이 전역하는 다음 시즌에는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 구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최근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사고있지만 양홍석은 여전히 리그를 대표하는 포워드중 한명이며 하윤기는 꾸준한 성장세를 통해 차세대 국가대표 빅맨으로서의 기대치를 높혀가고 있다.
포인트가드(허훈), 스윙맨(양홍석), 빅맨(하윤기)으로 포지션별 밸런스도 좋고 나이도 젊다는 점에서 최고의 트리오로 거듭날 공산도 크다. 두터운 선수층을 감안했을때 이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팀에 어울리는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면 올시즌과는 완전히 달라진 팀구성도 가능하다.
그러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양가’ 양홍석(26‧195cm)의 잔류 및 재도약이 반드시 선결되어야만 한다. 아무리 최근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해도 포워드진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양홍석이 되어야 한다. 양홍석이 있고 없고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 정규시즌은 몰라도 플레이오프같이 큰 무대에서는 확실한 주전유무가 큰 영향을 끼친다.
양홍석은 한때 송교창, 안영준, 최준용 등과 함께 리그를 이끌어갈 차세대 장신포워드 중 한명으로 꼽혔다. 나이도 가장 어린지라 발전 가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년이 시간이 지난 지금 양홍석은 경쟁자들중 가장 뒤쳐져있는 모습이다. 3.5번 윙맨으로서의 능력에 더해 어지간한 가드못지않은 시야, 패싱 센스를 갖춘 ‘스네이크’ 최준용(29‧200.2cm)은 이제껏 없었던 2m대 포인트포워드로서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역할을 맡고있는 유니크한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최준용과 함께 지난 시즌 SK의 통합우승을 이끈 ‘영미’ 안영준(28‧195cm)은 빼어난 수비능력, 리바운드 가담에 이어 내외곽을 넘나들며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준 에이스로서의 기량까지 갖춘 만능 살림꾼으로 진화한 상태다. 무엇보다 볼없는 움직임이 좋아 어떤 유형, 어떤 스타일의 선수와도 조합이 잘맞는다는 부분은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비교적 이른나이에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며 고졸신화의 대표적 롤모델이 된 ‘교란트’ 송교창(26‧201.3cm)은 이제는 소속팀 KCC의 에이스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중 한명이 됐다.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가드 이상으로 빠르고 잘 달릴 수 있다는 부분은 그의 최대 장점으로 거기에 더해 시즌이 거듭될수록 다양한 테크닉에 슈팅 능력까지 발전하며 전천후 장신 스윙맨으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볼 핸들링까지 좋은 편인지라 상황에 따라서는 앞선에서 가드 역할도 어느 정도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쓰임새를 뽐내고 있다. 이는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농구계는 그 어떤 시절보다도 수준급 장신포워드가 많다. 여기에 이현중, 여준석까지 있는지라 예전같으면 충분히 국가대표에 뽑히고도 남을 선수들이 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는 KBL MVP출신인 송교창도 마찬가지였는데 여기서 특유의 영리함이 빛났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의 송교창은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부터 공헌도를 가져가고 있다. 신장대비 탑급 스피드를 지니고있는 선수답게 3~4번은 물론 1~2번 수비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스스로의 역할 범위를 넓혀놓은 상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홍석은 이들과 함께 나란히 차세대 장신포워드진의 일원으로 불렸으며 성장에 관한 기대치 역시 더 높으면 높았지 낮지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팀내 활약도도 뚝 떨어지며 최준용, 안영준, 송교창 등과의 격차가 꽤 벌어진 모습이다. 군복무까지 해결되지 않았음을 감안했을 때 극적인 반등이 없다면 아예 해당 그룹과 멀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양홍석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현재까지 그는 정규리그 298경기에서 12.20득점, 2.03어시스트, 5.92리바운드, 0.76스틸을 기록하고있는데 신인이었던 첫 시즌을 제외하면 매시즌 성적이 통산 성적과 비슷하다. 큰 기복없이 꾸준하게 시즌을 치러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그저그런 주전급선수같으면 현재 성적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양홍석에 대한 기대치는 최준용, 안영준, 송교창 등과 비교될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지고있는 재능을 감안했을 때 지금쯤 한두단계 스텝업이 되었어야 하지만 제자리 걸음에 멈추고있어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퇴보하고있다는 혹평까지 더해지고 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높은 안정성을 자랑할 것 같지만 시즌 중에도 경기력의 편차가 심한 편이라 기복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많은 편이다. 다만 부진하다가도 확 좋아지는 시기가 있어 시즌이 끝날 때 쯤이면 평균 성적을 비슷하게 끌어올려 맞추고 있다. 매해 50경기 가까이 출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구성은 좋은 편이다.
기대만큼의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해도 KT팬들에게 양홍석은 특별한 존재다. 약체로 불리던 시절부터 허훈과 함께 팀의 미래로 관심을 모았으며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많은 기대 속에서 함께 호흡해왔던지라 '애증의 스타'같은 느낌을 주고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양홍석은 다음시즌 자유계약(FA) 자격을 얻게 됐다.
리그 최고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 성적 이상이 보장되는 수준급 젊은 포워드인지라 관심을 보이는 팀이 적지않게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송영진 감독은 비시즌간 양홍석 잔류에 최선을 다할 것을 밝힌 상태다. 다음 시즌에 허훈이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우승에 도전해야할 상황에서 양홍석을 놓쳐버리면 전력누수가 커진다. 선수층이 두텁다고는 하지만 양홍석같은 확실한 주전급이 버티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시즌 준비에서부터 차이가 클 수 있다.
탄탄한 체력에 더해 활동량이 좋은 양홍석은 자신과 같은 스윙맨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빅맨 수비도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하다. 리바운드 참여도 또한 좋은 편이며 통산 30%초반대의 3점슛 성공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곽슛 능력 역시 준수한 편이다. 굵직한 면에서는 다재다능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볼 핸들링, 패싱게임 등 섬세한 부분에서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최준용. 송교창 등과 가장 크게 차이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떄문에 속공 상황이나 포스트 인근에서 몸 싸움을 벌이며 올리는 득점력은 좋지만 본인이 볼을 잡고 주도적으로 경기 흐름을 리드하거나 세트오펜스 상황에서는 위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때문에 단점보강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 위주로 더 치고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꼭 양홍석을 겨냥하고 한말은 아니겠지만 송감독은 "볼없는 움직임에 대한 비중을 더욱 강화하고 많이 움직이는 빠른 농구를 하고싶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이런 스타일을 메인으로 내세운다면 양홍석의 역할은 최근보다 더 많아질 공산이 크다. 예전부터 오프 더 볼 무브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던 만큼 궂은 일과 더불어 이 부분에 좀더 신경을 쓰고 색깔을 다져나간다면 송영진호에서의 황태자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송감독은 KT에서의 현역 시절 수비 등 궂은 일을 통해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스타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 자체는 화려하지 않았으나 타팀 감독들마저 탐낼 정도로 소문난 블루워커였다.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는 양홍석이 송감독과 함께 다음 시즌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홍석의 성장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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