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언론의 통계 자료 공방 이어 갑질 논란까지 왜?
윤창현 의원, 금감원 자료 받아 공개했더니 스마트투데이 "잘못된 통계" 비판
금감원 쪽 사실관계 수정 요청하자 "윤창현 의원 갑질" 후속보도
업계·전문가들 "같은 사안을 보는 다른 기준의 통계일 뿐, 잘못 아냐"…언론중재위 정정 청구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대해 한 매체가 '잘못된 통계'라고 보도해 논란이다. 증권사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또 다른 통계를 기준으로 의원실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가 사실상 틀렸다고 주장한 셈이다. 해당 보도에 대해 금감원 쪽에서 사실관계를 설명하며 기사 수정을 요구하자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인 금감원에 기사수정을 시킨 '갑질' 사건이라며 추가 보도를 이어갔다.
의원실과 금감원 측에선 '갑질'이 아니라 부당한 기사라는 입장이다. 의원실에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라면서 '부동산PF 대출 관련 현황'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계의 대출잔액과 연체율이 나와있다. 윤 의원은 “국내 35개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 두자릿수(10.38%)를 돌파”했다며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증권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동안 금감원이 의원실의 통계 제출 요구를 미루다가 윤 의원이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공개 발언한 이후 부랴부랴 제출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다수 언론매체에선 윤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경제매체 스마트투데이는 지난 10일 <윤창현의원, 잘못된 부동산PF통계 '조롱거리'>란 기사에서 “여당의 정무위 소속 윤 의원이 잘못된 통계자료를 만들고 뒤이어 주요 언론사들이 퍼나르듯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확산시켰다”고 비판했다.
스마트투데이는 “지난 2월 NICE신용평가의 '증권사 부동산PF 투자자금 회수여력과 리스크 대응능력 점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말 25개 증권사 부동산PF 잔액은 28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윤 의원이 밝힌 35개 증권사 전체 PF 잔액 4.5조원보다 6배 이상 많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투데이 보도의 요지는 NICE신용평가에서 내놓은 증권사의 대출과 신용공여(보증, 유동화 등)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담은 자료(PF익스포져)가 맞는 통계이고, 윤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아 공개한 대출만 있는 자료는 '잘못된 자료'라는 주장이다.
윤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는 '잘못된 자료'일까? 미디어오늘은 경제지 기자와 경제분야 전문가, 금융업계 종사자 등 다수 관계자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사안을 이해하기 쉽게 경제용어를 순화해 비유해보자. A가 B에게 1억원을 대출해주고 또 A는 C가 은행에서 1억원 대출받은 것에 대한 보증을 섰다고 가정하면, NICE신용평가 자료 방식으로 보면 A의 리스크 금액은 2억원이다. 윤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 방식으로 보면 A의 리스크는 A가 직접 대출했지만 아직 못 받은 1억원이다. A의 위험요인을 판단하는 서로 다른 판단기준일 뿐이다.
중요한 건 윤 의원이 증권사의 대출에 대해 연체율이 증가한 것을 지적하면서 “위기가 가시화됐다”고 지적했고 금감원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이다. 그런데 스마트투데이는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대출잔액이 적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투데이 보도 내용도 증권사의 리스크를 축소하도록 통계를 왜곡해선 안 된다는 주장인데, 궁극적으로 윤 의원과 스마트투데이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 의원실 입장에서 보면, NICE신용평가 자료는 이미 공개된 자료이므로 새로운 정보로서 가치가 있는 '대출잔액'만 금감원에 요청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증권사의 대출잔액과 연체율만 공개한 게 아니라 다른 은행이나 보험 등 다른 금융업계의 대출잔액과 연체율 자료도 함께 요청해 공개했다. 금감원에 자료 요청시 증권사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증권사는 대출 업무가 주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스마트투데이 주장처럼 증권사가 신용공여(보증 등)한 부분(재무재표상 나타나지 않는 리스크)도 함께 보는 것이 리스크를 판단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건 맞는다. 따라서 언론에서 이번 금감원 자료를 인용보도할 때 NICE신용평가 자료도 제시하며 '증권사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출잔액뿐 아니라 PF익스포져도 함께 봐야 한다' 정도의 해설기사를 작성했다면 더 입체적인 기사가 될 수 있다. 다만 서로 다른 기준의 통계를 두고 다른 한쪽을 '잘못된 통계'라고 하기엔 과한 비판이란 뜻이다.
금감원 측은 자신들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기 때문에 해당 매체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기사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이 매체는 지난 11일 <'폴리페셔→정치인' 윤창현 '갑질'(?)..“금감원에 기사 빼” 압박>이란 후속기사를 내고 “폴리페셔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국민의힘 비례대표 윤창현 의원이 본인의 소관부처인 금융감독원에 자신과 관련한 부정적 언론 기사를 빼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보도에선 “금감원 공보실 관계자가 '(윤 의원실에서 불편해하니) 기사 제목만이라도 톤 다운해 달라'며 다짜고짜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윤 의원이 “전형적인 폴리페셔 출신”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1960년대 동갑에다 서울대 79학번 동기”, “게다가 윤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에 고향도 같은 충청도 학맥과 인맥 등”이 작용해 “내년 총선에서 대전 동구 지역구 공천을 사실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의 내용도 보도했다.
금감원 측에선 '갑질'당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의원실에서 압박을 받은 적 없고, (스마트투데이) 기사가 잘못됐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설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투데이가 윤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를 잘못 해석해서 보도했기 때문에 이를 설명했는데 기사를 수정한 게 아니라 오히려 윤 의원이 금감원을 압박해서 기사를 수정하게 했고 이게 '갑질'이라고 비판 기사를 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과 윤 의원실 설명을 종합하면 윤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는 '직접대출' 통계인데 스마트투데이에서 인용한 NICE신용평가에서 내놓은 자료는 '직접대출'뿐 아니라 '신용익스포져'까지 합산한 수치다. 신용익스포져는 거래상대방의 신용도하락, 채무불이행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으로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은 리스크를 포함한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내용과 같은 주장이다. 윤 의원실은 지난 13일 스마트투데이 기사를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청구했다.
스마트투데이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경탑 스마트투데이 편집인은 기사 수정을 요청하는 의원실 측에 “증권사 신용보강 등에 따른 익스포저가 문제인데, 이미 돈이 나간 대출잔액만을 가지고 증권사 리스크를 점검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코끼리 뒷다리 일부를 그려놓고, 이게 코끼리라고 홀로 강변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편집인은 미디어오늘에 “부동산PF에 대한 우려를 얘기하면서 이에 맞는(제대로 된 또는 적절한) 통계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라며 “우리가 주장하는 제대로 된 통계자료란 NICE신용평가에서 발표한 부동산PF 규모”라고 했다.
스마트투데이가 “윤 의원이 잘못된 통계자료를 만들었다”고 보도한 부분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의원실에서 금감원 자료를 받아서 공개한 것이라 사실관계가 다르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편집인은 “윤 의원이 부동산PF 문제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금감원에 대출잔액 통계만 요구했을 수 있거나 금감원 입장에서 증권사 부동산PF 잔액을 언급하며 의도적으로 신용공여(우발채무)를 제외했을 수 있다”며 “질문자(윤 의원)가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해 제대로 된 답변을 얻지 못한 경우이거나 질문자가 어리숙하게 보여 답변자(금감원)가 질문에 부합한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5년 이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12년 이후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뒤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윤 의원실과 금감원 측이 '갑질'에 대해 부인했다는 지적에 이 편집인은 “정무위 의원이 난처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 금감원에서 (윤 의원에게) 갑질당했다고 답할 수 있겠냐”며 “금감원 직원이 '윤 의원실에서 이 기사로 불편해한다. 기사를 내려달라고 얘기했다. 아니면 제목만이라도 순화시켜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겠느냐. 국회와 금감원의 관계가 대등한 관계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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