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피싱 일당은 10명... 한병당 필로폰 1회 주사량 3배 넣었다
음료 마신 피해자는 학부모 포함 9명
현장서 나눠주던 알바생도 2병 마셔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필로폰이 섞인 음료를 집중력 강화에 좋다고 속여 시음하게 한 사건에 가담한 일당은 모두 1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이 중 7명은 검거(3명 구속)됐고,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 3명은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중국에 체류 중인 이번 사건 보이스피싱 총책 2명과 마약 유통 조직원 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더하여 총책 2명 중 한국인 이모(25)씨에 대해선 여권무효 조치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신종 범죄인 이번 사건은 작년 10월 이씨가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피의자들 진술 등을 통해 이씨가 중국 내 신생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닌,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오전 검찰에 넘겨진 마약 음료 제조책 길모(25)씨는 이씨와 중학교 동창 사이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위챗과 텔레그램, 카카오톡 보이스톡 등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가 3월 초 길씨에게 마약 음료를 제조해 공급할 것을 지시하자, 3월 22일 길씨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우유를 사들였다. 이후 3월 25일 야간에 던지기로 받은 필로폰 10g을 우유에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했다.
음료 한 병에 0.1g의 필로폰이 들어간 것인데, 이는 보통 필로폰을 주사로 1회 투약하는 양인 0.03g의 3.3배에 달하는 양이다. 필로폰을 음료로 마시는 것이 주사로 혈관에 직접 투약하는 것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가 3.3배에 해당하는 양을 접할 경우 기억력 상실 등의 신체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자료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약 음료 100병 중 44병은 폐기됐고, 36병은 미개봉 상태에서 경찰에 수거됐다. 나머지 20병 중 2병은 마약 음료를 현장에서 배부한 아르바이트생 2명이 각각 마셨다. 18병은 학생들에게 나눠졌는데 이중 8병만 음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4병은 학생들이 수령만 하고 마시지는 않았으며, 6병은 경찰 확인 중에 있다.
음용된 8병을 마신 피해자는 현재까지 학부모 1명 포함 9명으로, 다수는 조금 맛을 본 후 이상해 더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중 한 명은 이들보다 많은 양을 마셔 건강에 이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 일당은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후 이를 빌미로 학부모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를 걸었는데, 경찰에 따르면 전화 4통, 카카오톡 2건 등 총 6건의 협박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협박 전화가 시간이 겹치지 않고 걸려왔기 때문에 1명이 전화를 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금액이 나온 협박 전화는 1건으로,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마약 음료를 배부한 아르바이트생 중 구인구직 사이트 이외에도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참여한 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 4명 중 한 명은 실제 대학생으로 대학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하여 경찰은 중국 체류 중에 있는 일당들이 범행을 모의한 장소도 진술로 특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합숙소 같은 콜센터에서 범행이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상선으로 추정되는 피의자들이 사용한 카카오톡 계정 및 구인구직 사이트 등에 대해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해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에 이용된 중계기 운영자 김모씨에 대해선 이번 사건과 별개로 보이스피싱 신고 43건(피해액 약 8억 2600만원)의 추가 피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더하여 경찰은 상선으로부터 일당을 입금 받은 현장 배부 아르바이트생 한 명도 과거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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