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계산기 두드리기 시작했다…세계 전기차 가격경쟁 본격화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소비자,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 비교
전기차업계 가격경쟁 가속화 분석

시판을 앞둔 저가형 전기자동차들. 올해 출시 예정인 BYD의 시걸(왼쪽부터), 2025년 출시될 폭스바겐의 VW, 내년 출시될 르노5 EV. 자료=한국자동차연구원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인하를 계기로 전기차 가격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최근 전기차와 관련된 자동차업계 추세를 정리한 ‘전기차 가격경쟁 시대의 시작’ 산업분석 보고서를 17일 내놓았다.  

보고서는 국내·외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고려사항으로 지목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격이 주행거리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지만, 미국·일본 등은 가격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국내 소비자들은 주행거리(26%), 차량가격(24%), 충전소(19%), 구매보조금(17%)을 중요한 순서로 꼽고 있다.

보고서는 전기차 시판 초기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환경 친화성을 우선 고려했지만, 이제는 내연기관 차량과의 가격비교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특히 테슬라는 모델3, 모델Y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에선 세번, 국내에서도 두번에 걸쳐 가격을 내린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과 중국에선 포드·루시드· 샤오펑(小鵬·Xpeng)·비야디(BYD)·BMW·폭스바겐 등이 가격인하에 나섰다. 

한자연은 완성차업체들의 가격인하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진단했다. 우선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동시에 유럽 주요국과 중국 등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삭감 계획에 선제대응하려는 것.

더 나아가 완성차업체들은 보급형 소형 전기차 모델을 내놓으며 틈새시장 선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세그먼트(준중형) 이하 차급을 선호하는 유럽 등에서의 소형 전기차 수요 증가를 겨냥한 것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BYD의 시걸(Seagull)은 1만달러(1300만원)에 불과하며, 2025년 출시가 예상되는 폭스바겐의 ID.2ALL과 2023년 출시 예정인 르노5 EV는 2만5000달러(3600만원) 수준이다. 

'반값 테슬라'로 관심을 끄는 테슬라 모델2도 2만5000달러(3270만원)가 목표다. 

이밖에도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광산·채굴기업 등 배터리 광물 조달 분야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업체와 합작공장을 설립해 저렴한 배터리 직접 생산으로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한자연은 가격경쟁이 심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완성차업체의 대당 판매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양산능력을 바탕으로 연간 20만~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소수의 생존 기업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격 외에도 신규 비즈니스 모델 확보를 통한 수익원 확대, 정교한 제품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 FSD(Full Self Driving), 기아의 커넥트스토어를 통한 차량기능 구독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현진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가격인하 정책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완성차업계는 소프트웨어 관련 기반 기술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사이버 보안, 운전자 보조 시스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중심으로 제품 차별화와 가격 외의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