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사이코패스' 3명 참변 뒤에야 무기징역

강원 동해 동거녀 살인 40대 '무기징역' 확정
전 처와 베트남 여성까지 2명 살해 전력
'상습 살인범' 두 차례 가석방 과정에서 피해자 3명으로
법원 "사회 복귀시 재범 위험성 높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동거녀에 이어 전처와 베트남 여성까지 살해한 사이코패스 '살인범'의 법정 최후 진술이다.

대법원 상고심 끝에 A(48)씨는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되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앞서 이뤄진 두 차례 가석방으로 3명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대법원 '상습살인범' 40대 이모씨 무기징역 확정

대법원 3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5일 새벽 강원 동해시의 한 주택에서 동거 중이던 6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4월 동해의 한 거리에서 만난 해당 여성에게 "맥주를 한잔 함께 마시자"고 했고 서로 호감을 느낀 이들은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둘의 생활공간은 참혹한 범죄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지인과 함께한 술자리 이후 A씨는 의처증 증세를 보였고 말다툼끝에 흉기를 휘둘러 목숨을 앗았다.

A씨는 도주 끝에 붙잡힌 뒤 수사기관에 '술을 많이 마셔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일관된 주장을 폈다. 수사기관이 A씨에 대한 정신병질자 조사를 한 결과 고위험군의 '사이코 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였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 점수는 32점.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이 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29점,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27점으로 알려져 있다.

법정에서 A씨는 "범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겠다"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수법과 범행이 잔인하고 피해자의 방어흔이 발견됐던 점을 볼 때 피해자의 고통이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회 복귀시 재범의 위험성이 높고 원심의 판단에 오해의 소지가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 처와 베트남 여성까지 두 차례 살인 전과 '충격'

'동해' 사건 전 A씨는 이미 두 차례 살인 전과가 있었다.

지난 2001년 6월 경남 마산의 한 주택에서 전 처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흉기로 살해했다. 이 죄로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8년. A씨는 범행 전 환각물질을 흡입한 혐의로도 구속됐지만 형량을 채우지 않고 풀려났다.

지난 2009년 A씨는 형 만기를 앞두고 가석방 된 이후 베트남으로 떠나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2012년 3월 재혼한 베트남 아내를 두고 다른 베트남 여성과 불륜관계로 발전해 결혼을 하려다 이를 반대하는 여성의 모친을 살해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A씨가 베트남 법원으로부터 받은 형량은 징역 14년. 이마저도 A씨는 8년 5개월만 복역한 뒤 한국으로 추방됐다.

사이코패스 살인자를 세상에 돌려보낸 두 차례의 결정은 또 하나의 참극을 빚는 결말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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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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