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글로벌삼국지]전쟁 중에도 '끼니'만큼 중요한 건 없다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2023. 4. 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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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문제 해결 없인 국가 안보도 확보 불가능
한중일 3국 정상회의 통해 '해답' 찾을 수 있길

[편집자주]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사무차장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연방행정원 행정학석사, 프랑크푸르트대 정치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했으며, 세계경제외교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외무고시(27회) 합격 후 주중국대사관 총영사, 주다롄영사사무소장,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등을 역임했으며, 중국청년정치대학과 연세대에서 객원교수를 역임 또는 재임 중이다. '미중 신냉전과 한국' '중국' '한중일 4000년' 등 7권의 저서를 낸 한국의 대표적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 중 하나다.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서울=뉴스1)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 작가 김훈(金薰)이 이순신 장군의 삶을 소설화한 '칼의 노래'엔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끼니는 시간과 같았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도 않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전시(戰時)에도 '끼니'로 상징되는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는 "통치자는 국민을 하늘로 삼고, 국민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고 했다.

전쟁은 무기로 수행하지만, 무기를 다루는 인간은 먹지 않고선 살 수 없다.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보를 확보하는 건 물론 일상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다. 그런데 '끼니'로 상징되는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이다. 사람 없이는 그 어느 것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대내적으로는 '0.78'이란 숫자가 말해주는 초저출산율, 대외적으론 탈(脫)세계화 경향의 대두라는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두 가지 위기는 한국이라는 건물을 어느 순간 무너뜨릴 시한폭탄과도 같다.

필자는 이달 초 서울에 본부를 둔 정부 간 국제기구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이 주관한 '한중일 비전그룹'(TVG) 제1차 회의 참석 및 중국 중앙정부 관계관 방문을 위해 푸젠(福建)성 최대도시 샤먼(廈門)에 이어 수도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남쪽으로 820㎞ 떨어져 있는 샤먼은 샤먼섬을 중심으로 인근 내륙과 구량위(鼓浪嶼)로 구성된 항구도시다.

샤먼은 과거 주룽(九龍)강 하구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으나, 19세기 말 이후 샤먼섬과 구량위에 외국 공관이 설치되면서 급속한 근대화의 길을 걸었다. 중국의 '개방' 초기인 1981년엔 '4대 경제특구'의 하나로 지정됐고, 화교 자본의 진출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샤먼 앞바다의 약 3㎞ 가시거리 내엔 격렬했던 포격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진먼(金門)섬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샤먼엔 마천루(摩天樓)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등 홍콩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푸젠성은 북한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는 1600만명 정도 더 많다. 푸젠성 바로 북쪽의 저장(浙江)성은 한국과 면적은 물론 인구도 거의 같다. 푸젠과 저장을 합하면 면적이나 국내총생산(GDP)이 한반도와 비슷하다. 중국엔 푸젠·저장 이상으로 경제가 발달한 지역이 발해만과 황허(黃河), 양쯔(揚子)강, 주(珠)강 유역에 걸쳐 6개나 더 있다.

필자가 8년 만에 다시 찾은 베이징도 확연히 선진도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 News1 DB

중국의 상품수지 흑자는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던 작년 한해에만 약 8700억달러에 달했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인공지능(AI), 5세대(5G) 무선정보통신, 빅데이터(BD), 우주항공 능력에 더해 '제조2025' 전략에 뿌리를 둔 급속한 산업 발전에 힘입어 기존 '중간재 수입-완성재 수출'의 국제무역 사이클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이제 완제품 시장에서도 한국·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리오프닝'(re-opening)을 통해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에 따른 탈세계화 흐름, 북핵·미사일 등으로 경제는 물론 안보 위기도 같이 겪고 있다. 그러나 '끼니'로 상징되는 경제 없이는 안보도 확보할 수 없다. '안보가 우선이다'거나 '경제가 우선이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 경제와 안보는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에너지를 포함해 원료를 수입·가공한 뒤 이를 해외시장에 수출하며 살아가는 나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 스페인 총리,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말레이시아 총리, 싱가포르 총리 등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도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야기한 '끼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TVG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중일 3국을 포함한 세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이슈에 대해 진솔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서로 동의하는 부분이 더 많았다.

특히 참석자들 모두 정치·사회문화와 함께 경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가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만큼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진지하게 대화해야 그간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또 한중일 3국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끼니' 문제를 해결하고, 우호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도 겪고 있는 저출산율과 노령화 문제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 저출산율도 결국은 '끼니'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TCS는 이번 TVG 회의에 이어 이달 14일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2차 '한중일 3국 버추얼 마라톤대회' 개막식을 개최했다. 또 내달 10일엔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중일 기업가 포럼'을 열어 한중일 여성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녹색 및 재생 에너지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 또한 한중일 3국 젊은이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상호 협력 정신을 제고함으로써 3국이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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