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음료' 제조자 송치…경찰 "상선 추적, 총책 따로 있다"

최의종 2023. 4. 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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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2주째…'상선 의심' 3명,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

강남 마약 음료 사건 피의자 김모 씨와 길모 씨(오른쪽)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제조·유통책과 협박 전화 중계기를 운영한 피의자를 각각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경찰은 중국 체류 중으로 추정된 상선을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하며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오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미성년자 제공)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각각 '제조책' 길모(25) 씨와 '중계기 운영자' 김모(39)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길 씨에 미성년자 필로폰 음료 제공과 범죄집단가입·활동, 필로폰 음료 제조, 특수상해, 특수상해미수, 공갈미수, 필로폰 수수죄 등을 적용했다. 김 씨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과 사기, 공갈미수 등이 적용됐다.

서울 마포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길 씨는 상선으로 의심되는 한국 국적 남성 이모(25) 씨의 지시를 받는 것이 맞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씨와 중국 국적 30대 남성 박모 씨를 모르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고등학생에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돈을 주지 않으면 자녀 복용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학부모들을 협박했다.

피해 신고를 받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시음 판촉에 동원된 4명을 검거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직접 수사에 나섰고, 피싱 범죄와 결합한 점을 고려해 금융범죄수사대와 사이버·과학수사과 등 총 63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마약 음료를 배부한 20~40대 남성·여성 총 4명을 긴급체포와 자진 출석 방식으로 검거했다. 이후 지난 7일 협박에 사용된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해 중계기 운영자 30대 김 씨를 인천에서 현행범 체포하고, 10일 구속했다.

경찰은 현장 배부자 4명 배달 경로를 역추적해 강원 원주에서 음료를 직접 제조한 남성 길모(25) 씨를 같은 날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길 씨에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판매한 중국 국적 박모(35) 씨를 특정해 검거했다.

길 씨가 제조한 마약 음료는 총 100병으로 18병이 배부돼 학생 8명과 학부모 1명에게 총 8병이 전달했다. 미개봉 36병은 압수했으며, 현장 배부자 2명이 각 1개씩 궁금증에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44개는 폐기됐다.

판매책 박 씨는 다른 마약 사건으로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지난 4일 체포돼 6일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길 씨와 김 씨, 박 씨 모두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은 박 씨에 필로폰을 판매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 이모(35) 씨는 중국 체류 중인 것으로 본다.

경찰은 길 씨와 중학교 동창 관계이자 상선으로 의심되는 한국 국적 남성 이모(25) 씨와 중국 국적 남성 박모(39) 씨, 판매지시책 남성 이모(35) 씨가 중국 체류 중으로 파악하고, 체포영장을 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이모(25) 씨가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그해 10월 범죄 조직이 결성 준비 중이었다고 봤다. 경찰은 피싱 조직 범죄와 병행된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총책'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본다. 길 씨 등에는 범죄집단가입·활동죄를 적용했다. 이 씨 등도 향후 추가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기존 조직에 가담해서 일을 시작했다고 본다. 정황상 총책이 있다는 관련자 진술도 있다"라며 "어떤 일을 하면 보수가 올라가고 직급과 대우가 달라진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선 추정 피의자 이용 카카오톡 계정과 구인·구직사이트 등에 압수영장을 집행해 추적 수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장 배부자 소유 계좌 수사 및 휴대전화·중계기 포렌식 수사를 진행하는 등 추가 공범을 파악해 조직 전모를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마약과 피싱 범죄가 결합한 신종 범죄로 본다. 상선으로 지목된 이모(25) 씨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중간책 김모(39) 씨의 중계기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돼온 사실 등을 확인했다.

현장 배부자 중 20대 여성 A씨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수사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신고 43건·약 8억2600만원 피해가 확인됐으며, A씨 보이스피싱 범죄는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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