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 음료' 피의자 7명 검거···1병에 1회 투약량 3.3배 달하는 필로폰 들어

경찰, 피의자 7명 검거 3명 檢 송치
중국 거주 피의자 국제공조수사 진행
"미성년자 투약 시 상당히 위험한 양"
길 씨, 범죄집단가입·특수상해죄도 적용

경찰이 ‘강남 마약 음료 사건’과 관련해 압수한 압수물.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제]

경찰이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길 모(25)씨 등 총 7명을 검거하고 그 중 3명을 구속했다. 길 씨는 마약음료를 직접 제조해서 서울로 전달한 혐의로 17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오전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수사 중간 브리핑을 열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 3명을 추가로 특정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현지 법집행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국적 이 모(25)씨가 중국에 넘어가면서 범행 계획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 씨는 지난 10일 원주에서 검거된 길 씨에게 3월 7일부터 지속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 이 씨와 길 씨는 중학교 동창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국 국적인 이 씨가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함께 외교부 여권무효화도 요청했다.

길 씨는 범행을 지시받은 뒤 3월 22일부터 마약 음료 제조에 사용된 우유를 국내에서 구입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적 박 모(35)씨는 음료 제조에 사용된 필로폰을 길 씨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했다. 길 씨는 박 씨를 통해 3월 25일 야간에 필로폰을 던지기 수법으로 수수한 뒤 지난 1일 새벽 우유와 필로폰을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했다. 필로폰을 판매한 박 씨는 현재 필로폰 수수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씨는 수원 중부경찰서에서 지난 4일 별건의 혐의로 체포돼 6일 구속된 상태였다.

이들 일당은 범행을 계획하며 3월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판촉행사를 가장해 아르바이트생 구인을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지난 3일 범행 지시가 이뤄졌다. 아르바이트생 중에서는 범죄에 가담하는 사실을 모른 채 커뮤니티를 통해 모집에 응한 대학생도 있었다.

현재까지 총 18병의 음료가 현장에서 배부된 것으로 파악됐다. 8병이 배부됐고 학부모 1명과 학생 8명 등 총 9명이 이 음료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음료를 수령한 또다른 4명은 현장에서 음료를 수령만 하고 마시지는 않았으며 나머지 6병의 행방에 대해서는 경찰이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음료를 마신 학생들 중 구토 등 부작용을 경험한 학생들이 다수 있어 피해자 보호계에서 심리 연계 상담을 진행 중이며 희망자에 한해 치료비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료 1병에 담겨있던 필로폰의 양은 0.1g으로,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인 0.03g의 3.3배에 달하는 양이다. 경찰은 “음용 투약이기 때문에 혈관보다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위험한 양이 들어있었다”면서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가 3.3배에 달하는 양을 1회 투약했을 때 급성 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고 정신착란, 기억력 상실 등의 심각한 신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자료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피의자 길 씨는 마약음료를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길 씨가 받고 있는 구체적인 혐의는 범죄집단가입활동죄, 필로폰 음료 제조 죄, 미성년자 필로폰 음료 제공, 특수상해 및 특수상해 미수, 공갈 미수, 필로폰 수수 등이다. 협박 전화 번호를 한국 번호로 바꾸도록 중계기를 운영한 김 모(39)씨는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공갈미수 공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길 씨에게 적용한 혐의에 관해 “구체적인 활동사항이 나와 길 씨에 대해 가장 중한 처벌을 하기 위해 범죄집단가입활동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수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상해한 경우 적용하는 혐의이며, 현재까지 필로폰을 타인에게 투약했다고 해서 필로폰을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적용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필로폰이 사람 몸에 들어가 신체적인 고통을 줄 수 있고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일시적으로 투약했을 경우 신체손상을 가져올 수 있어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피의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국제공조수사를 실시해 범인들의 신병을 조속하게 확보하고, 모두 엄정하게 사법처리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이 들었는지 모르고 음용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니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해 주시고 주변에서 알게 됐을 경우에도 적극 제보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