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학원가 마약음료 '범죄집단' 혐의 적용 "신종범죄"
기사내용 요약
일당 7명 검거해 제조책 등 3명 송치
한국인 이씨 등 中 윗선 3명 적색수배
범죄집단·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로
병당 필로폰 0.1g 중국산 우유에 섞어
"투약량 3.3배 미성년자에…급성중독"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경찰이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마약류 범죄와 보이스피싱이 결합한 신종범죄로 규정하고 피의자들에게 '범죄집단'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안동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마약범죄와 피싱범죄가 결합된 신종범죄"라며 "(범죄) 조직이 작년 10월에 최소한 결성되거나 준비중이었다는 말(진술)을 유의미한 수사 결과로 얻어 가담 인물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일당 7명 검거해 제조책 등 3명 송치
범행에 쓰인 마약음료를 제조해 전달한 길모(25)씨와 협박전화가 이뤄지도록 휴대전화 변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김모(39)씨를 이날 구속 송치하고, 재료인 필로폰을 제공한 박모(35)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 4일 피해신고를 받은 뒤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수사 이틀만인 5~6일 사이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학생 대상 마약음료를 배부한 4명을 붙잡았다.
길씨와 김씨는 지난 7일 강원도 원주와 인천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해 10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길씨에게 필로폰을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한 중국국적 B(35)씨가 이미 다른 사건으로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붙잡힌 것을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길씨와 김씨, 박씨는 모두 범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이씨 등 中 윗선 3명 적색수배
안 대장은 "단순한 공조 요청에 그치지 않고 수사 협조가 되도록 다각적으로 요청 중"이라며 "중국도 마약범죄를 중하게 보고 있고, 그간 상호 공조를 통해 (범죄자를) 송환한 전례가 있기에 이 건에 대해서도 협조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국 국적 이모(25)씨와 중국 국적 박모(39)씨가 길씨에게 이번 마약 제조·배포 및 보이스피싱 범죄 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국적 이모(32)씨가 국내에서 필로폰을 제공한 박씨에게 특정 장소에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공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길씨와 중학교 동창인 이모(25)씨는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출국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가담하고 이번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길씨에 대해서 우선 필로폰음료제조, 미성년자에 필로폰음료제공, 필로폰 수수, 특수상해 및 특수상해 미수, 공갈미수 혐의와 함께 '범죄집단가입활동' 혐의도 적용해 송치했다.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에서 범죄단체의 경우 통솔체계 등을 규명해야 해 일단 보다 요건이 간소한 '범죄집단' 혐의를 적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집단의 경우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한 조직적인 부서만 갖추면 적용할 수 있다"며 "중국의 이씨는 미성년자 마약 혐의만 적용했지만 상세한 수사를 통해 죄명 변경 등 추가 법 적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미성년자 제공)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범죄집단·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
이어 이달 1일 새벽께 강원 원주시 자택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산 우유에 필로폰을 섞어 마약 음료를 제조한 뒤 3일 시음 아르바이트생에게 퀵으로 보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구인·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바이트생 4명 중 1명은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에 쓰인 공병, '메가ADHD'가 적힌 라벨, 병을 담은 박스 등은 모두 중국 국적 박모(39)씨가 중국에서 길씨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를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은 2인 1개조로 2팀으로 나뉘어 강남 학원가를 돌려 3일 오후 4시52분께부터 오후 9시경까지 설문조사를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병당 필로폰 0.1g 중국산 우유에 섞어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화로 4명, 카카오톡 메신저 2명 등 학부모 6명에게 자녀가 마약음료를 마셨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을 시도했지만 모두 미수에 그쳤다. 이중 1명에게는 1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나머지 36병은 미개봉 상태로 경찰이 압수했고, 시음 아르바이트생이 2병을 마셨고 나머지 44병은 폐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피해자 6명에 대해선 인적사항 확인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경찰은 병당 0.1g의 필로폰을 섞어 마약 음료를 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이 0.03g인 데 비춰볼 때 음료를 다 마셨을 경우 3.3배를 투약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약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가 3.3배에 달하는 양의 필로폰을 1회 투약할 경우 영구적 손상은 아니어도 급성 중독에 걸려 정신착란, 기억력 상실 등의 신체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마약음료인 줄 모르고 마셨을 경우 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적극적인 피해 제보를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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