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교정시설 조사수용 때 고지 미비는 인권침해"

기사내용 요약
"조사수용 근거 적정성 등 가름 불가능해져"
"과잉금지원칙,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 위반"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교정시설 수용자가 교정시설 내에서의 징계 조사를 위해 다른 수용자와 분리될 때, 이 처분과 관련한 문서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조사수용 처분 시 당사자에게 적절한 통지서가 전달되지 않는 것은 헌법의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 4일 법무부에 이에 대한 내부규정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교정시설 소장 A씨에게 교정시설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조사수용은 교정시설 내에서 징계받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수용자를 다른 수용자와 분리 수용하는 것으로, 징계 조사 기간에 징계대상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거나 다른 수용자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 이뤄진다.

조사수용이 이뤄지면 대상자는 접견·편지 수수·전화 통화·실외 운동 등이 제한된다.

진정인 B씨는 지난해 5월2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교정시설 소장 A씨로부터 조사수용 처분을 받았으나, 처분 문서를 전달받지 못해 이에 대한 행정심판·행정소송 등 불복구제절차를 거칠 수 없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5월2일 교정시설에서의 인원 점검을 회피한 혐의로 조사수용 될 당시 관련 문서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수형자라 해도 모든 기본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필요한 때에만 법률로 (수형자의 기본권 일부를) 제한할 수 있으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수용 처분과 징벌 처분 모두 행정청이 행하는 공권력 행사로 법상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며 "조사수용 처분에도 적법절차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현행법은 조사수용 시 별도의 문서로 그 취지를 전달하는 절차 등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징벌대상자의 입장에서는 (별도 절차가 없어) 조사수용 사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 근거가 적정한지, 조사수용 처분을 불복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불확실하다"며 "조사수용 처분 이후에 징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조사수용 기간에 제한받은 처우에 비해 실제 징벌 내용이 경미하면 그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거나 보상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정시설 측은 "조사수용 관련 문서는 별도의 독립 문서가 아니라 '수용자 동태 관찰 사항' 중 일부 항목에 불과하다"며 "'수용자 동태 관찰 사항'은 수용자의 개인정보와 비공개 사항 등이 기록되어 있어 현행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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