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대로 거둘까?”...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수주잔고’ 딜레마

이미호 기자 2023. 4. 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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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실무 아닌 영업 관리 경험
최성안때 거둔 수주 잔고만 7조 8016억원 ‘양날의 검’
“위기 발생시 대응 능력 떨어질 수도”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취임한지 100여 일이 지났다. 남궁 사장은 ‘어닝쇼크 시대’ 이후 임명된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플랜트 실무 경험이 없다. 그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역대 최대치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전 최성안 전 사장(현 삼성중공업 부회장) 재임 기간은 대형 화공플랜트 사업 수주의 풍년이었다.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을 영업이익으로 가져올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남궁 사장은 지난 3일 자기 사주 1만4234주를 매입하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피력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0년대 이후 정연주-박기석-박중흠-최성안 대표 체제로 흘러왔는데, 남궁 사장은 기계공학과 출신임에도 플랜트 프로젝트 실무 경험이 없다. 엔지니어 출신 플랜트 전문가인 최 전 사장이 전형적인 ‘실무형 CEO’라는 점에서 비교된다.

남궁 사장은 박기석 전 사장의 수행비서를 거쳐 마케팅, 영업 관리 등 주로 스탭 부서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SEUAE법인장(2015년12월~2020년12월)을 지내며 플랜트 영업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그를 사장까지 오르게 한 동력이 됐다.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2년여간 플랜트 본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그가 보좌하던 최 전 사장이 기술경쟁력 기반의 ‘FEED(기본설계) to EPC(설계·조달·시공)’ 연계 전략을 통해 수주 실적의 꽃을 피웠던 시기다.

삼성엔지니어링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실제 최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총 27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가운데 화공 프로젝트(비화공 제외)는 사우디 아람코와 ‘나맷’ 프로젝트 EPC 계약 등 18개로, 수주 잔고만 7조 8016억원(미래 예정된 매출)에 달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중동 행보’와 시기적으로 맞물렸고,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잇달아 성공하면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사장이 올해 초 삼성중공업 부회장으로 영전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궁 사장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7650억원으로 잡았다. 2012년(7322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한 작년 영업이익(7029억원) 보다 더 높은 수치다.

하지만 남궁 사장의 계획대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사실 수주잔고는 ‘양날의 검’과 같다. 업계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업황이 불안정한 시기엔 추가 손실 가능성을 예고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주력 사업인 중동 화공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사업 실적 악화’라는 뼈 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2년 말부터 실적 악화 경고음이 있었고,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상반기 30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어닝 쇼크’를 겪었다. 당시 저마진으로 추정되는 해외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수주한 건설사로 지목되기도 했다. 수주 잔고는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뿐만 아니라 대형 화공 플랜트는 단일 프로젝트 규모가 워낙 커서 코로나19 사태 등 돌발상황에 따라 전체 운전자금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EPC 특성상 공사기간이 4~5년으로 긴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남궁 사장이 플랜트 실무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위기 발생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랜트 비즈니스 관리는 입찰을 통해 특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EPC에 시운전까지 프로젝트 단위별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영업, 마케팅, 기획 등 지원 업무로 투입 예산과 원가율을 따진다”면서 “플랜트 실무 경험이 없는 경우, 플랜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플랜트 공사현장에서는 CM(Construction Manager)이 인력과 장비 등의 퇴출시기를 잘 조정해 다른 공정들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공사 관리를 잘못하거나, 혹은 발주한 기자재가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비용’인 셈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플랜트 수행을 할때는 ‘현장 공사 시퀀스’라는 일련의 흐름에 맞춰 착착 진행이 돼야 한다”면서 “2020년 1월부터 코로나가 본격 발생했는데 당시 진행되던 프로젝트 현장의 작업자들은 대부분 클레임(소송)이 걸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편 최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현건호 플랜트사업본부장도 플랜트 실무를 거치지 않고 영업·관리 경험만 쌓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입사한 그는 삼성물산 내 작은 미래전략실로 통하는 ‘EPC경쟁력강화TF’에서 경험을 쌓고 다시 돌아왔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0일 15:21 CSR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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