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국가 위해 싸웠다"…국군 포로, 北 상대 손배소 3년만에 재개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씨 등 3명, 1.5억 2차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리는 탈북 국군포로 5인의 북한 상대 손해배상 2차 소송 첫 재판을 앞두고 탈북 국군 포로 김성태 어르신이 발언하고 있다. 김 씨를 비롯한 탈북 국군포로 원고 5명은 한국전쟁 기간 중 포로로 잡혀 정전 후에도 송환되지 않고 강제노동에 동원됐다가 1990년대에 탈북했다. 2023.4.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돼 강제노역한 탈북 국군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3년만에 재개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17일 오전 국군 포로 김성태(93)씨 등 3명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탈북 국군포로 김씨 등 5명은 지난 2020년 9월2일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접수했다. 하지만 법원이 재판을 열지 않은 31개월의 기간 동안 원고 5명 중 3명이 사망해 그들의 가족이 원고 지위를 승계하게 됐다. 2차 소송의 원고는 총 3명이다.

심 판사는 "초기 청구한 금액은 원고 1명당 3000만원씩이었지만, 이후 재판이 지연됨에 따라 지연손해금 등이 포함돼 새롭게 청구 금액이 변경됐다"며 "절차상 공시 송달 후 피고가 불출석하면 종결하게 돼 있어, 근 시일 내에 추가기일을 잡고 곧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변론기일은 5월1일 오전 11시30분이다.

한편, 소송을 대리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송환위)는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잡힌 10만 여명을 전부 함경도 오지의 탄광 지역에 배치해 강제노역을 시키면서도 국군포로가 '단 한 명도 없다'고 거짓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송환위는 "1990년대부터 고령의 국군포로 80명은 스스로 탈북해오면서 북한의 거짓말을 드러났다"며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위반, 전쟁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제3협약 위반, 정전협정 상 포로송환의무 위반 등 반인도적범죄임이 인정돼 2020년 7월 법원이 한 차례 승소 판결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고를 대표로 재판에 출석한 김씨는 "80명 가운데 생존해 있는 사람은 13명 밖에 안 된다"며 "재판이 시작한지 3년이 조금 지났는데도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우리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지난 2020년 7월 국군포로 출신 한모(86)씨와 노모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북한과 김 위원장이 공동해 한씨와 노씨에게 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