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포퓰리즘에 기우는 與, 탈 더 키운다
전기료 제동에 예타 완화 야합
재정적자 쌓이는데 긴축 역행
野와 포퓰리즘 경쟁은 자멸 꼴
文 탓 약효 다하자 무기력 민낯
민심 싸늘한데도 위기 불감증
조기 개각과 물갈이 공천 절실
다음 달 10일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다. 이제야 겨우 1년이라는 게 새삼스럽다. 극적인 대선 승리를 거둔 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거대 야당의 반발·충돌은 물론, 터무니없는 가짜뉴스와 대장동 범죄 등 대형 비리·소동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탓이다. 현재 진행형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런 와중에 최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행보는 아슬아슬한 수준을 넘어 개탄할 지경이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 포퓰리즘 야합이다. 예비타당성조사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대 여론에 일단 연기했지만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수백억 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사전 심사가 면제되면 전국적으로 선심성 사업이 줄을 이을 게 뻔하다. 그런데도 재정 지출을 제한하는 재정 준칙은 또 미뤘다. 여당이 나라보다 지역구가 먼저다.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맞교환도 같은 맥락이다. 두 공항엔 총 20조 원이 필요한데 상당 부분은 국고가 들어갈 전망이다. 앞으로 적자가 나면 구멍 뚫린 항아리가 될 것이다. 대학생 1000원 아침밥은 여당이 바람을 넣는 바람에 1000원 삼시 세끼로 확대될 지경이다. 여당이 청년 지지도를 높이겠다며 대학을 2배로 확대하겠다고 하자, 야당은 이에 편승해 전문대까지 확대·두 끼 확대·방학 때도 시행 등으로 더 판을 키우고 있다. 2분기 전기료 인상에 제동을 걸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여당은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는데도 반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인상을 주저하며 시간만 축내고 있다. 이러는 동안 한전채발(發) 금융시장 불안이 또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미뤄 전기료 폭탄을 떠넘긴 것을 상기시킨다.
문 정부가 턴 국고는 이제 여유가 없다. 이미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넘었다. 여기에 세수는 올 2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15조 원 넘게 줄어 펑크 날 게 확실하다. 이에 따라 재정 적자는 이미 31조 원이나 된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야당의 포퓰리즘을 말려도 될까 말까 한데 오히려 앞장서고 있다. 특히, ‘당정 원팀’ 이후 더 퇴행적이다. 부처의 정무적 능력 부족 때문에 여당과 먼저 협의를 하라고 원팀을 만들었는데, 여당은 정작 국정 현안엔 발을 빼면서 포퓰리즘에 기울고 있다. 전략적으로도 잘못됐다. 포퓰리즘이라면 거야가 몇 수나 위다.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가 불과 얼마 전인데 이재명 대표는 전 국민 1000만 원 대출, 은행판 횡재세까지 거론한다. 심지어, 추경 편성 얘기도 나온다. 이런 거야와 포퓰리즘 경쟁을 하는 것은 자멸로 갈 뿐이다.
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년 문 정부 실패를 지적하며 어느 정도 국정 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 약발이 다하자 무기력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여당은 정책 능력·현안 조율 능력·여론 선도 능력 모두 안 보인다. 무능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실도 되레 혼선을 더 키운다. 주요 부처 장관들은 벌써 총선 공천을 바라보고, 소수 정당의 한계를 절감했을 여당 의원들은 제 살길만 찾으려 든다. 국정에 총대 메는 사람이 안 보인다. 정권을 잃은 거대 야당이 죽기 살기인 것과는 너무 딴판이다. 고질적인 웰빙 DNA 탓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이미 위험 징후가 뚜렷하다. 거대 야당은 문 정부 실정이 속속 드러나고, 내부에서부터 방탄 질타까지 나오는데도, 여당 지지율이 야당에 못 미친다. 민심이 갈수록 싸늘해지는데도 여당은 위기인 줄도 모른다. 이런 불감증이 위기의 진원이다. 이런 당정으로 총선은 해보나 마나다. 윤 정부는 거부권 통치로 남은 임기를 보내게 생겼다.
이달 말 윤 대통령의 방미 직후에 개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결단이 필요하다. 조기에 대통령실까지 망라한 대대적인 개각이 필요하다. 부처 차관까지 교체해 기강을 다잡고 일신해야 한다. 특히, 여당은 물갈이 공천이 절실하다. 물론 검사 공천이 아니라, 청년 공천이어야 한다. 전체 의석의 절반까지 2030에 할애하는 공천 개혁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말뿐인 경륜이 아니라 참신성, 개혁 의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 40년도 넘은 86세대의 퇴진이 민심이다. 정치 개혁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의 청년 공천을 이끌어낸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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