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200만은 있어야 노후 보장…대체율 40% 미만 의미 없어"
'有주택' 전제 최소 200만 제시…"지금 물가면 알바해야 할 듯"
연기금 소진 우려에도 지급 보장 신뢰…"더 내도 더 받는 게 나아"
국내 30대·50대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노후 보장을 위한 적정 소득이 '최소 월 200만 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금개혁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소득대체율은 현행 40% 정도는 유지해야 된다고 여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연금개혁과 사회적 합의 모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보험료를 납부 중인 근로자들은 본인의 적정 노후소득에 대해 대체로 "월 200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연구진은 만 30대·50대 연금 가입자 중 임금근로자(정규직·비정규직), 자영업자 및 연령대를 기준으로 5개 그룹(그룹당 6~7명)을 정했다. 연금개혁의 적절한 사회적 합의방식을 도출하기 전에 국민들의 다양한 정책 선호를 파악하고자 총 34명을 대상으로 2주간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FGI)을 실시했다.
질문지에는 '연기금 고갈 관련 뉴스를 들으면 어떠한 생각이 드는지' 등 국민연금 재정위기를 비롯해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의견, 기초연금·퇴직연금 등에 이르기까지 연금개혁 핵심의제가 전반적으로 담겼다.
응답자들은 보유 주택이 있다는 전제 아래 부부가구 기준으로 월 200만 원의 고정소득이 있어야 노후 보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한 30대 프리랜서는 "고정비용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200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라며 "아파트에 살면 관리비도 나가고 친구들도 만날 테고 밥도 먹을 텐데,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최소 200만 원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은퇴 후 예상되는 노후소득 수준을 명확한 액수로 제시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더 그러한 양상을 보였다. 30대 가입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한 비용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퇴직 후 필요한 생활비의 수준도 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지금 물가로 200 정도 받으면 추가로 알바라던지,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갖고 살 것 같아요. 항상 무슨 일을 할까 찾을 것 같고…300~400 정도 받는다면 손주들한테 용돈도 주고, 아프면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병원도 잘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30대 초반 정규직 A씨)
연금개혁 방향에 따라, 급여가 조정되거나 수급연령이 미뤄질 수 있으니 "현재 돈의 가치로 계산해보면 400만 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고갈 예측시점이 당겨지는 등 연기금 소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응답자들은 지급 보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공적 보험이라는 국민연금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를 믿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가 내는 돈이 있고, 지금 급여를 받는 분들이 있으니 그래도 우리에게 이 정도 약속한 금액은 주지 않겠냐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30대 초 파트타이머 B씨)
"프레임이죠. 우리가 50년 전 석유가 고갈된다고 했지만 지금도 석유는 앞으로 몇 백년 쓸 수 있는 것처럼 국민연금을 자꾸 이슈화하는 건 생명보험이나 화재보험 같은 민간 보험업계가 국민연금을 공격해야 상품을 팔 수 있는 그런 목적이 있으니까요."(50대 초 자영업자 C씨)
참여자 상당수는 보험료 인상 필요성에도 동의했다. 고령층 부양부담이 급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보험료만으로 향후 급여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인상분(分)에 한해서라도 정부가 절반을 분담하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50대 초반 정규직 D씨는 "직장을 다니면 사업주와 나눠서 내니 부담이 없지만 개인은 보험료 납부를 꺼릴 것 같다. 저라면 안 낼 것"이라며 "(보험료율) 15%까지는 (인상)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임의가입자에 대한 보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은 현재 설계대로 '40%' 선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보다 더 낮아지면 사실상 기초연금과의 급여 차이도 미미해져 실질적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A씨는 "이런 사적연금이 있었으면 가입자가 엄청 몰렸을 것"이라며 "인구가 꺾이는 상황에서 이 소득대체율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수치 40%로 보면 엄청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낸 것보다는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손해만 안 보게끔 하면 그 정도(40%)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50대 자영업자)"는 반응도 나왔다.
만약 대체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 자녀에게 국민연금 가입보다 다른 금융투자를 권하겠다며 "그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50대 정규직도 있었다.
보험료 인상 없는 급여 삭감에 대해서는 '국가가 약속을 어긴 것'이라는 반발이 컸다. "어쨌든 약속이 바뀐 거잖나. (사실상) 통보"(30대 비정규직), "조금이라도 더 내서 조금 더 받는 게 낫지,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나온 대책밖에 안 된다"(50대 정규직) 등이다.
연구진은 참여자 대부분이 보험료 인상과 수급개시연령 상향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급격한 인상보다는 단계적 인상방안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같은 여론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에 보험료 인상을 시작하되 조금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스케줄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터뷰 참가자가 재정안정화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동시에 적정한 급여 수준에 대한 우려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향후 개혁 논의 시 재정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국민연금을 통해 적정한 급여수준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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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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