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텀블러’ 쓴다…깃털에 물 적셔 30㎞ 날아도 안 마르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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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의 사막 언저리에 사는 사막꿩은 땅바닥에 둥지를 튼다.
조첸 뮬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은 첨단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손실 없이 장거리로 물을 나르는 사막꿩 깃털구조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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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꿩, 깃털 적셔 체중 15% 물 옮겨 새끼 마시게 해
이중 깃털구조 확인…외부 깃가지가 물 가두는 ‘텐트’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의 사막 언저리에 사는 사막꿩은 땅바닥에 둥지를 튼다. 알에서 깬 새끼는 한 시간이면 걸어 다니지만 날기까지는 한 달이 걸린다.
물웅덩이 주변에 득실거리는 포식자를 피해 보통 10㎞, 길게는 30㎞ 떨어진 곳에 지은 둥지에서 목마른 새끼가 기다린다. 사막꿩 수컷이 물웅덩이에서 배 깃털을 적셔 물을 나른다는 사실은 반세기 전부터 알려졌다. 그러나 시속 60㎞ 속도로 30분 동안 날아가면서 어떻게 물을 머금을 수 있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조첸 뮬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은 첨단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손실 없이 장거리로 물을 나르는 사막꿩 깃털구조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수컷이 물을 나르는 행동은 모래뇌조과 사막꿩속의 새 16종에서 발견된다. 연구자들은 이 가운데 나마쿠아 사막꿩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 새는 물웅덩이에 도착하면 배에 물이 닿을 정도의 수심까지 걸어간 뒤 깃털을 부풀려 깃털 끝부터 차례로 물에 적신다. 몸을 앞뒤로 흔들며 이런 동작을 되풀이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동작으로 몸무게 170∼190g의 15%에 해당하는 25㎖의 물이 배 깃털에 스며들고 반 시간 나는 동안 증발해 사라지는 것을 빼고도 새끼에게 10∼18㎖를 가져갈 수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 비밀은 물을 빨아들여 간직하는 깃털의 독특한 구조에 숨어있다. 깃털은 중앙의 깃대를 축으로 양쪽으로 나란히 뻗은 깃가지, 여기서 다시 뻗어 나간 작은 깃가지로 이뤄진다.
사막꿩 배의 깃가지는 깃대에 가까운 안쪽과 먼 바깥쪽이 다른 구조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내부에는 작은 깃가지가 고사리 새순처럼 돌돌 말린 상태인데 물에 닿으면 날개와 수직 방향으로 차례로 풀리면서 빽빽한 섬유질 숲을 이뤄 모세관 현상으로 물을 빨아들인다.
깃털의 내부 깃가지가 뻣뻣하다면 외부 깃가지는 유연해 물을 머금으면 마치 텐트를 친 것처럼 굽어 내부 깃가지를 감싸 물을 간직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뮬러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멋진 것은 이 과정이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둥지에서 물이 빠져나가 깃털이 마르면 깃가지는 원래의 돌돌 말린 형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이 이처럼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물을 빨아들여 머금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을 보고 감탄했다”며 “공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사막에서 그물로 안개나 이슬을 모으는 장치나 내부에 깃털구조를 넣어 이동과정에 출렁이지 않는 물병, 효과적으로 수분을 흡수하고 쉽게 방출하는 차세대 면봉 등을 개발하는 데 사막꿩의 깃털이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DOI: 10.1098/rsif.2022.087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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