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하고 같이”…‘상사 스토커’ 폭로女, 명예훼손죄 성립할까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4.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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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사진출처 = 연합뉴스]
거부 의사를 분명이 했는데도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보이는 직장 상사를 단체카톡방에서 “스토커”라고 폭로했다고 해서 그 행동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이은상 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이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봉사회 임원이던 A씨는 2021년 6월 봉사회 회원들이 참여한 단체카톡방에서 회장 B씨를 향해 “스토커 혐의로 회장직 물러서야 합니다” “혼자인 여성들에게 추악한 행동을 한다” 등 폭로했다. 이에 회장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씨는 이 일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 측은 “게시글에 B씨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증거 조사 결과 B씨는 A씨의 거부 의사를 무시한 채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수시로 찾아왔다. B씨는 “저녁 같이 먹을까”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이따 영화보러가자. 자기하고 같이 보고 싶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러자 A씨는 “자기라고 하지 말고 혼자 봐라. 자기라고 한번만 더 하면 인연 끊는다”며 불쾌해하며 거절했다.

하지만 A씨의 이런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행복하세요’, ‘좋은 아침’ 등 글귀와 함께 배경 사진이나 그림이 포함된 메시지를 여러 차례 일방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체카톡방에 글을 쓴 목적에는 자신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B씨를 비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다른 회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거나 피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행위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A씨에게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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