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례적으로 中 국방부장 만나 “양국 군 협력 강화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러시아군과 중국군이 연합 훈련과 전문 교류 등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리샹푸(李尙福)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만나 “양국의 군사협력은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양국이 전략적 상호 신뢰를 지속적으로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왼쪽)이 16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회담을 열고 있다. 모스크바 EPA·스푸트니크=연합뉴스

외교 관계에서 카운터파트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인 러시아의 대통령이 중국 장관을 직접 만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게 진심 어린 인사와 안부를 전해달라고 요청한 뒤 시 주석의 최근 러시아 방문이 풍성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신시대 러시아와 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으며 경제·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리 부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양국 관계는 냉전 때의 군사·정치적 연합 체제를 능가하고 매우 안정적”이라며 “최근 군사 및 군사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러시아간 협력은 매우 잘 발전하고 있다”고 유대를 과시했다. 중국은 리 부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초청으로 16∼19일 러시아에서 국방부 지도부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계획 얘기는 없었다.

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미·중 국방 당국 간 대화 재개를 원하면 리샹푸 부장에게 걸어 놓은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 부장은 중국군 무기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장비개발부(EDD) 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한 것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며, 장비개발부와 당시 책임자였던 리 부장을 제재했다.

당시 제재로 리 부장은 미국 비자 발급, 미국 금융 시스템 이용, 미국 관할권 내 자산 보유 등이 금지됐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