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없이 순항하는 LG, 나성범 빠지고 비틀대는 KIA [프로야구 인사이트]

권혁준 기자 2023. 4. 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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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각 팀 부상자 속출…KT·삼성 등은 줄부상에 신음
'잇몸'으로 잘 메우는 팀이 결국 강팀…선수층 중요성 환기
LG 트윈스 고우석. / 뉴스1 DB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의 시즌 초반 화두는 '부상'이다. 올 시즌 유독 1군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잦으면서 골치를 앓고 있는 팀들이 많기 때문이다.

LG 트윈스의 경우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인 고우석이 시즌 개막 후 2주가 넘도록 출전하지 못하고 있고 주전 유격수 오지환도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KIA 타이거즈는 중심 타자 나성범과 2년차 루키 김도영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런데 LG와 KIA의 초반 흐름은 극과 극이다. LG는 9승5패로 선두 SSG 랜더스(8승4패)에 승차없는 공동 2위인 반면, KIA는 3승8패로 최하위에 처졌다.

양 팀의 기본 전력 차도 무시할 수 없지만, 핵심 전력의 이탈을 얼마나 잘 메웠는 지도 두 팀의 순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LG는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을 유격수로, 셋업맨 이정용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하고 있다. 이정용의 경우 벌써 세 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 있었으나 2승1세이브로 버텨냈고, 이번주엔 드디어 고우석이 복귀한다.

KIA 타이거즈 나성범. /뉴스1 DB ⓒ News1 조태형 기자

반면 KIA는 나성범의 공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현재까지 팀 타율이 0.238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고 득점권 타율(0.178), OPS(출루율+장타율·0.608) 모두 꼴찌다. 이러다보니 득점 역시 11경기에서 30득점으로 경기당 3점이 채 되지 않는 최하위다.

다른 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백의 크기에 차이는 있겠으나 시즌 전 구상했던 전력이 이탈했을 때 이를 메울 수 있는 '플랜B'가 얼마나 잘 갖춰졌는 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낸다.

선두 SSG는 외국인 투수 에니 로메로가 부상으로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고 에이스 김광현이 지난주 어깨 염증으로 말소돼 열흘을 쉬게 됐다.

하지만 문승원, 오원석, 박종훈 등 기존의 국내 선발진이 탄탄하고 최근엔 루키 송영진이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따내며 김광현의 공백을 메웠다.

시즌 초반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동 2위 NC 다이노스 역시 부상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이 모두 부상을 당했지만 투수는 이용준, 외야수는 한석현과 천재환 등이 돌아가며 활약하고 있다.

다만 지난 15일 주전 포수 박세혁이 상대 타자의 방망이에 머리를 강타 당해 1군에서 말소됐는데, 안중열과 박대온이 이 자리를 어떻게 채워줄 지가 새로운 과제가 됐다.

KT 위즈 조이현. /뉴스1 DB ⓒ News1 구윤성 기자

KT 위즈는 선발 투수 소형준, 엄상백 불펜 필승조 김민수, 주권과 외야수 배정대, 내야수 황재균까지 주전급만 6명이 빠진 '부상 병동'이다. 그럼에도 5승1무5패(6위)의 5할 승률로 선방하고 있는 것은 이들을 대체하는 '잇몸'들의 활약 덕택이다.

대체 선발 조이현은 지난 13일 NC전서 4⅓이닝 1실점의 '깜짝 호투'를 펼쳤고 불펜에선 김영현과 손동현이 '새 얼굴'로 떠올랐다. 배정대가 빠진 주전 중견수로 김민혁이 활약하고 있고, 루키 류현인은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에서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했다.

삼성 라이온즈 역시 외야수 김현준, 김태훈, 포수 김태군, 김재성에 최근 또 다른 외야수 김동엽마저 말소되는 등 부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KT와 다르게 이들을 대체할 '플랜B'가 마땅찮은 삼성은 5승8패로 8위에 처져있다.

한화 이글스 역시 외국인투수 버치 스미스, FA로 영입한 외야수 이명기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현재까지 4승1무8패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정규리그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는 언제나 '선수층'(depth)을 강조한다. 장기레이스로 이어지면 부상과 슬럼프, 체력 고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시기를 잘 버텨내는 팀들이 결국 순위표 위를 차지하는 '강팀'으로 남게 된다.

뎁스에 따른 팀 간 격차는 보통 시즌 막바지에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각 팀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올 시즌은 초반부터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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