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사현장 10여 곳 돌며 수억 원 갈취 '개 짖는 소리' 틀며 공사 방해.. 피해 업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
공사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소음을 내며 방해하는 모습. 〈영상=경기남부경찰청〉
자신들의 노조에 소속된 건설 장비를 사용하도록 공사업체에 강요하는 등 행패를 부리며 1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뜯어낸 노조원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동공갈 및 업무방해 혐의로 대한건설산업노조 로더 본부 소속 본부장 50대 A씨 등 집행부 3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노조원 7명은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로더'란 굴삭된 토사나 골재 등을 운반기계에 싣는 데 사용되는 건설 장비입니다.
A씨 등 3명은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공사현장 10여 곳을 돌면서 자신들의 노조에 소속된 건설장비를 임대하도록 업체에 강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집회를 여는 수법으로 1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공사현장 노동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미리 녹음해둔 개 짖는 소리나 아기 울음소리, 총소리 등의 소음을 밤낮으로 반복적으로 틀면서 집회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집회만 전담하는 노조원을 따로 고용하거나, 대규모 집회가 필요할 경우 일당직 용역까지 동원했고 일부 노조원은 공사 차량 아래 들어가 운행을 막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량 밑에 들어가 공사를 방해하는 모습. 〈영상=경기남부경찰청〉
결국 집회를 끝내기 위해 업체들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원치 않는 임대 계약을 해야만 했습니다. 피해 업체들은 로더 본부에 기존 장비 임대료(한 달 평균 800정도)보다 200~500만 원 정도 더 비싼 돈을 내고 장비를 빌리거나 사용하지도 않을 장비의 임대료를 지급했습니다.
A씨 등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벌인 문제가 없는 정당한 집회였다"라면서 장비 임대를 강요한 행위 등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검찰에 송치된 간부급 피의자 3명 외에 불구속 입건된 노조원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