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챔프전 ‘숨은 공신’ 배유나 “내 마음속 MVP는…”
‘챔프전 우승 후 어떻게 지냈어요? 외부 약속이 많았을 것 같은데?'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배유나는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우승 후 근황’을 묻는 질문에 “지난 2주 동안 7경기를 치렀잖아요. 정신이 몸을 지배했던 시간이었거든요. 휴식 외에 다른 일을… 정말 아무것도 할 힘이 없었어요. 하루 종일 쉬었어요”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는 정규시즌과 챔프전까지 ‘0% 확률’의 연속이었다.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 전력은 5~6위권. 도로공사는 그러나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챔프전에서는 1, 2차전을 모두 내준 뒤 3~5차전을 내리 잡아내는 기적 같은 ‘역스윕(reverse sweep)’ 우승을 달성한 V리그 최초 팀이 됐다. 챔프전 5차전은 시청률 3.4%를 기록해 역대 V리그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캣벨(31표 중 17표)이 선정됐지만 배유나도 다섯 경기에서 블로킹(12득점)은 물론 공격에서도 무려 47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배유나 역시 MVP 투표에서 7표를 받았다. 배유나는 “5차전 2세트 후 기록지를 잠깐 봤는데, 2세트에만 8득점을 했더라고요. ‘이러다 MVP 받겠는데?’라고 잠깐 생각한 적은 있어요”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론 챔프전 5차전 5세트에서의 블로킹을 꼽았다. 상대 김다은의 공격을 몬스터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6-3을 만든 결정적인 포인트였다. 배유나는 “그제서야 '어쩌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득점을 올린 뒤 세리머니도 올 시즌 가장 멋있게 했던 것 같다”면서 웃었다.
챔프전 활약도 좋았지만, 정규시즌에도 미들블로커와 라이트를 오가며 큰 공격을 상당 부분 분담했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교체에 주공격수 박정아의 부상ㆍ부진 등으로 배유나에게 공격 비중이 많이 쏠린 탓이다. 실제로 배유나는 올 시즌 752번의 공격을 시도했는데 지난 16년 동안의 시즌 중 가장 많은 공격 횟수다. 배유나도 “사실 이렇게 많이 공격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좋은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몇 번을 돌아봐도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3승 3패로 1라운드를 시작했지만, 3라운드에서 2승 4패로 주춤하며 흔들렸다. 특히 챔프전 맞상대였던 흥국생명과는 1~5라운드 전패였다. 배유나는 “챔프전을 앞두고도 ‘봄 배구에 온 것만으로도 잘했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규시즌에 (흥국생명 홈구장인) 삼산체육관에서 한 번도 못 이겼고 상대 응원이 열정적이기로 유명해요. 우린 위축될 수밖에 없었죠”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챔프전 최종 5차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은 도로공사 팬들의 응원도 만만치 않았다. 배유나도 “도공 팬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힘을 보내주셨다”면서 “다만 형광색 응원 도구(손목 아대)가 많이 보이길래, ‘형광색은 현대건설 팀 컬러인데?’라고 잠깐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배유나의 ‘마음속 시즌 MVP’는 누굴까? 배유나는 임명옥과 문정원을 꼽았다. 그는 “(캣)벨은 모두가 생각하는 MVP였고 실제로 상도 받았다. (박)정아도 좋은 공격으로 이미 많은 칭찬을 받았다”면서 “도로공사의 원동력은 수비력이다. 눈에 많이 띄진 않았지만 (임)명옥 언니와 (문)정원이의 수비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휴식’을 선언했다. 배유나는 “지난 6개월 쉼 없이 달려왔다. 몸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고 싶다”면서 “그동안 같이 못 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시즌엔 좀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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