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사회적 가치 ‘화폐화 측정’을 톺아보다

2023. 4. 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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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경영활동은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와 그 구성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impact)을 미친다. 이러한 영향을 화폐로 환산하는 방법론 중 하나가 SK에서 개발한 ‘DBL(Double Bottom Live) 사회적가치(SV) 측정 방법론’이다.

DBL SV 측정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측정 대상이 무엇인지 정의한 후 고유의 산식을 개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산식의 구조는 기업의 각종 경영활동(예를 들면 제품 개발 및 생산, 판매 등)이 창출하는 장·단기적 편익에서 시장에서 동일한 기능을 가진 경쟁 제품과의 영향 차이분에 제공량을 곱한 후 화폐화하기 위한 단위 기준인 화폐화 프록시(proxy)를 적용한다.

여기에 최종적으로 해당 제품 서비스의 성과에 기여한 역할분을 할당해 기업들이 창출하는 다양한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한다.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데이터들은 객관적이고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측정 로직과 결과에 대한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습관 형성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캠페인 중 하나인 ‘텀블러·머그컵 사용하기’의 성과는 아래와 같이 화폐화로 환산할 수 있다.

첫째, 성과 정의는 ‘습관형성 플랫폼’을 통해 텀블러 및 머그컵 활용이 확대돼 일회용품 제작을 위한 종이·플라스틱 자원 소비 절감으로 산정한다.

둘째, 이를 통한 산식은 다음과 같다. (습관 형성 플랫폼 활용 전 평균 일회용품 사용량·습관 형성 플랫폼 활용 후 평균 일회용품 사용량) X 습관 형성 플랫폼 이용 횟수 X 일회용 종이·플라스틱컵의 환경비용 X 습관 형성 플랫폼의 기여도.

‘텀블러·머그컵 사용하기’ 성과의 경우 다행히 일회용 컵의 주요자원인 플라스틱과 종이의 사회·환경 가치를 화폐화할 수 있는 데이터(네덜란드 델프트대학이 개발한 에코코스트)가 존재해 비교적 쉽게 그 가치를 화폐로 환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데이터들이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SK C&C가 제공 중인 청각장애인 온라인 강의 무료 자막 서비스인 ‘스피치캐치’를 통한 청각장애인 교육 서비스 접근성 증진 가치를 측정한다고 하면 이를 위한 화폐화 프록시 데이터는 사실상 시장은 물론 학계에서도 구하기 매우 어렵다.

이때 시장 내 대체가격(속기사 비용)을 활용해 그 가치를 대리 측정한다고 하면 그 값은 틀린 값으로 봐야 할까. 아직까지 DBL SV 측정방법론을 비롯해 비재무적 가치를 화폐화하기 위한 시도들은 초기 단계다. 때문에 사회적 가치 화폐화 측정을 위한 정답 산식과 데이터를 제시해주는 기관은 없다.

이제 시작인 사회적 가치의 화폐화 측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측정하고자 하는 가치를 얼마나 적절하게 나타내고 있는지 적절성을 높이는 논리와 데이터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에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에 나머지 5분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핵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면 해결책은 5분 만에라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조직이 창출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왜 화폐화하고 싶은지, 나아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사전 정의나 목적 수립 없이는 제대로 된 값을 구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결과값들은 ‘워싱’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관리하고 이를 외부에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화폐화를 활용하는 시도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리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이 체계를 고도화해 나가는 것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자기 이로움을 위한 무분별한 측정은 반드시 지양하고, 조직의 중요한 가치를 객관적이고 대외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정다교 사회적가치연구원 선임연구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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